지난 2001년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시한(2005년 1월 1일)이 마침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21세기 세계 무역질서 재편을 꿈꾸는 DDA 협상은 시한인 올해내 타결될 수 있을 것인가?
DDA 협상은 이전 다자간무역협상 보다 훨씬 폭 넓은 분야에서 무역 장벽의 완전 혹은 단계적 철폐를 지향하고 있어, 협상 타결의 경우 농업ㆍ임수산업ㆍ제조업ㆍ서비스업 등 거의 전 산업 분야에 완전 시장 경쟁 체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주요 분야의 협상 세부원칙(Modality)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한 내 협상 타결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다. WTO는 지난 해 9월 멕시코 칸쿤 제5차 WTO 각료회의 실패 이후 비공식 대사급 협의 등을 통해 협상의 진전을 모색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지난 해 12월 15~16일 이틀간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각국들은 기존 입장차만을 재확인, 협상 타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협상의 핵심은 농업과 비농산물 분야의 세부원칙을 만드는 것. 이 가운데서도 농업보조금과 관세 인하 등과 관련해 선진국과 개도국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농업 분야 협상이 가장 난제다. 특히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수출개도국 그룹(G22)이 조직적인 세 불리기를 통해 선진국들에 대해 농산품 관련된 국내 보조 및 수출 보조를 대폭 감축 내지는 철폐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점은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칸쿤 회의에서 선진국들은 정부 조달의 투명성 등을 규정한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 양보하고, 농업협상에선 이들 수출 개도국들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했지만, 수출 개도국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회원국간 입장차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중국 등 거대 회원국들이 서로 무역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DDA 무역협상은 점점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시한 내 협상 타결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다 미국이 남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등 많은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FTA를 맺으면서 다자간 무역 협상의 중요성도 갈수록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2월 초 분야별 협상 의장들이 바뀌는 것을 계기로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협상 주요국들은 주고 받을(give and take) 카드를 제시하면서 협상의 골격을 만들어갈 것이지만, 농산품 수출 개도국들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대폭적인 농업 시장 개방은 어느 정도 전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