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선박수주 요청이 쇄도하네….’ 과거 고기잡이배만 만들던 소형 조선업체들이 요즘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몰려드는 수주물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럽 등 해외 선주사들이 조선소 크기에 관계없이 단지 ‘메이드 인 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주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조선소들은 늘어나는 수주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도크(Dock) 확장 등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는 등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여수에 위치한 대한조선(옛 신영조선)은 최근 네덜란드 선사로부터 1만톤급 다목적선(MPC)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오는 2007년 10월 건조물량까지 일찌감치 확보해놓았다. 특히 신영조선은 법정관리를 받아오다 지난해 8월 대주그룹에 인수돼 사명을 바꾼 후 세계적인 선박발주 급증과 맞물려 급성장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대한조선은 선박건조를 위한 부지확보를 위해 도크 없이 해상에서 선박을 조립ㆍ건조할 수 있는 플로팅 도크를 최근 도입하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전라남도 해남으로 조선소 부지를 확장ㆍ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조선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기술력 못지않게 한국의 조선소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간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한 광성조선은 최근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5,600톤 규모의 화학제품운반선을 수주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수출보험공사 등의 보증절차를 밟고 있다. 광성조선이 이번 화학제품 운반선을 최종 수주할 경우 회사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 100억원 가량의 선가를 손에 쥐는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울산의 고부가가치 중소형선 전문 조선소인 INP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덴마크사로부터 총 4척의 가스 운반선을 수주하는 데 이어 최근 2척을 추가로 수주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INP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8,000㎥급 LPG운반선으로 척당 선가는 약 3,250만달러로 총 2억달러에 달한다. INP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가스운반선 건조 전문 조선소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수주잔량이 22척으로 2008년 초까지 건조물량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INP중공업은 현재 울산조선소에 이어 군산조선소를 신설해 2개 조선소 체제를 갖추기 위해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의 ‘21세기조선소’ 역시 규모는 작지만 신기술 개발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리스 NGM사와 노르웨이의 PD GRAM 등 세계 유수의 선주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소형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외국 선주사로부터 발주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이 조선강국뿐만 아니라 공기준수와 안전 무재해 등 선주사들이 원하는 모든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믿고 발주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소형 조선소들은 환경단체의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부족으로 추가적인 수주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