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줌인 이사람] 박준규 맥도날드 해운대점 매니저

“국내에서 고령자들에게 열려 있는 취업 기회는 사실상 경비 업무 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언젠가는 일 하고 싶은 노인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일을 한 번 해 보고 싶습니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부산 해운대점 매니저는 예순을 훌쩍 넘긴 백발의 `노인`이다. 20세 전후의 `어린` 점원들 틈에서 유니폼을 입고 매장을 돌아 다니는 박준규 매니저는 지난해 6월 맥도날드의 `고령자 크루`1기로 입사해 2개월 후 해운대점 매니저로 발탁됐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IMF 사태 전 식품업체와 관광호텔, 건설회사 등의 임원을 지내면서 쌓은 해박함이 경영진의 눈에 띈 것. 기업체 임원이라는 `무게있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어느날 맥도날드 유니폼을 입고 햄버거 고기를 굽게 된 박 매니저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도 곱지는 않았다. 친구들은 물론 매장의 점원들도 의아해하는 눈초리를 보낸 것이 사실. “여기서 좌절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매장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출근하면 점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누구에게 시키기 보다는 스스로 일을 하고, 간섭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에게 한자 고사성어나 사회적 이슈, 일반 상식 이야기 등을 들려주면서 가까이 다가가자 어린 점원들도 마음을 열어 주더군요” 스스로를 “아주 보수적인 원칙론자였다”고 하는 박 매니저가 얼마 전부터는 가족들에게도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들의 사고를 감지하면서, 주위 친구들로부터도 젊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그는 말했다. “용돈으로 쓸 만한 적정한 수입과 건강을 위한 적당한 신체 활동을 원했다”고 맥도날드에 입사하게 된 동기를 밝히는 그에게 현재 직업이 가져다 주는 가장 큰 보람은 “정신적으로 젊어지고 몸놀림도 가벼워졌다”는 것. “첨단 업무는 젊은 사람들이 맡아서 해야 하지만, 간단한 노무직은 고령자에게 맡겨 준다면 인건비 절감과 노사 분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박 매니저는 강조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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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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