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김우중 前회장 귀국] 김우중·대우 공과는

"세계경영 功은 인정" 재평가 시도<br>수출 확대·글로벌 경영통해 국부창출에 기여<br>"외환위기 처리과정의 희생양" 동정론도 제기<br>일부선"빚더미경영의 몰락일뿐" 재평가론 일축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귀국과 함께 김 전 회장과 대우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잘못이 있지만 공(功)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과 “명백한 범법자에게 재평가는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와 불법대출 혐의로 기소 중지된 상태여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계경영’으로 상징되는 그의 경제적 공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와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이 중심이 된 ‘김우중 재평가론자’들은 방만한 차입경영과 엄청난 부채로 세계적 규모의 부실을 키웠다는 비난에 맞서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IMF) 처리과정에서의 희생양”이라며 동정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세계경영만은 인정하자”=김 전 회장은 한때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67년 대우실업과 함께 시작된 ‘대우신화’는 70년대 말 조선ㆍ자동차 등 중공업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며 90년대 세계경영으로 이어졌다. 자본금 500만원짜리 기업을 창업 30여년 만에 재계 2위 그룹으로 키운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수출’이었다. 수출강국이라는 당시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며 대우는 세계 어느 기업도 이루지 못한 신화를 만들어냈다. 대우인회의 한 관계자는 “정경유착이란 지적도 있지만 부실기업을 인수해 수출 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수출→성장→고용이란 개발경제의 발전공식을 만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평가론자들은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의 국제경영 감각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과 함께 대우그룹은 99년 해체 직전 83조원의 자산에 62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며 41개 국내 계열사와 396개 국외법인을 거느렸다. 대우가 구축한 옛 글로벌망, 특히 옛 소련의 붕괴 이전부터 착실하게 닦아온 동구권과 베트남 등과의 관계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투기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돈을 벌어 들고 나가는 것과 달리 김 전 회장은 국외에서 국부를 창출하려 했다”고 말했다. ◇대우사태의 악몽은 아직도 진행형=‘바이 코리아’의 열풍에 들떠 있던 지난 99년 11월 여의도는 ‘대우채 환매사태’라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직접 대우그룹 주식을 사지도 않았는데 단지 수익증권에 대우 관련 주식이 편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원금의 절반 이상이 날라간 것이다. 대우채의 상처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아픈 상흔으로 남아 있다. 박창근 대우 피해자대책협의회 임시의장은 “대우의 분식회계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만 30만명에 달하고 간접적인 피해는 10배도 넘을 것”이라며 “여전히 이들은 피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몰락은 외형은 키웠지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며 가속화됐다. 세계경영은 외형확장을 위해 무리한 차입으로 이어지며 안에서부터 곪기 시작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는 “김씨는 세계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진 사기사건의 주범이자 실패한 기업인의 전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대우의 몰락은 황제식 선단경영에 의존한 ‘빚더미 경영’의 몰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 부도사태라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선 것과 달리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여 외형을 확대했다. ‘대우사태’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대우의 부채 60조여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며 금융권 구조조정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여타 협력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수십 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김 전 회장에 대해 “그 흔한 골프도 치지 않고 사업에 몰두한 자세나 일찍부터 글로벌 경영에 눈을 돌린 점은 인정해줄 만하다”며 그러나 “정경유착, 황제경영, 선단문어발 경영, 경쟁력 없는 글로벌화 등 외환의기의 원인이 됐던 재벌체제의 모순까지도 인정하는 평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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