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통시장 지속성장 조건

국내 유통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소비에 힘입어 두자리수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주5일 근무제 도입기업이 늘어나고 부산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등 대형행사로 인해 소비기반이 조성되면서 하반기 백화점 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12.4%, 할인점은 24%가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백화점업계는 1ㆍ4분기 주식시장 호조를 바탕으로 자산소득이 증가하면서 디지털 가전 등의 내구재와 명품구매가 늘어 약 8조7,000억원의 매출로 전년의 7조6,000억원에 비해 14.5% 신장했다. 하반기에는 롯데ㆍ신세계ㆍ현대 등 백화점 빅3를 중심으로 롯데 인천점, 현대 목동점등 2개 신규점 개점과 중소업체 M&A,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장점유율 경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할인점 업계도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지속적인 신규 출점으로 14개 점포가 오픈해 올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27% 신장세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토종업체들의 공격적인 출점이 계속되고 그동안 주춤했던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들의 출점이 다시 살아나면서 총 20개의 신규점이 출점해 전년 동기 대비 23.7%가 신장한 9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하반기에는 미국경제 악화 등 국내외적으로 정치ㆍ경제 상황에 많은 변수가 잠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분위기가 이완되면서 구조조정 처리지연, 노사갈등, 선심공약 증가, 통화량 증가로 물가불안이 초래될 수 있는 가능성과 금리상승, 환율급락,주식시장 불안 등 경기불안요소가 잠재돼 있어 예상대로의 성장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상반기 내수주도의 경기회복에서 설비투자ㆍ수출ㆍ생산 등 실물지표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효과가 사회ㆍ경제ㆍ문화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늘리기 시작한 소비지출이 하반기에도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이마트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2ㆍ4분기 소비자 경지지수(E- DEX) 중 미래 상품구매 의도지수도 106.2로 기준치인 100을 웃돌아 하반기에도 소비를 늘리겠다는 소비자?줄이겠다는 소비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유통업ㆍ외식업 등은 매출증가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시간은 늘어나지만 여가를 즐길 인프라가 부족해 당분간은 쇼핑ㆍ먹거리 위주의 금전소비형 여가패턴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서 유통업계도 단순한 쇼핑 외에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레저ㆍ오락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신이 기대된다. 소득수준이 IMF 이전의 1만달러 이상으로 회복되고 주5일 근무 등으로 경제적ㆍ시간적 여유가 늘어나면서 백화점ㆍ할인점 외에 카테고리 킬러 등의 전문할인점, 교외형 복합 쇼핑몰, 아웃렛 센터 등 선진국형 신업태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한편 하반기에는 제조물배상책임(PL)법의 시행으로 제조업체 외에 유통업체에도 큰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PL법은 기업이 제작, 유통한 제조물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고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한번의 사고발생이나 소송패소가 기업운영을 좌우할 수도 있어 각사별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통업체도 최근PB상품 및 직수입상품, 신선식품, 직영 조리식품 등 직접 제조와 유통에 관여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전사적 시스템 구축으로 사고발생 확률을 줄이고 소비자 불만 및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내수위주의 불균형한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합리적인 소비의 증가는 건전한 경제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볼 때 유통업체는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건전한 소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 덧붙여 국내 유통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무된 소비심리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유통업체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등의 행위는 당장에는 유통업체에게 이익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경제를 악화시켜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시장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유통업체는 주5일 근무제등의 실시로 이제는 단순한 쇼핑기능뿐만이 아닌 레저ㆍ문화생활의 욕구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복합쇼핑공간화라는 숙제?풀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다국적 유통업체들의 국내 시장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낙후된 유통시스템을 선진화 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노은정<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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