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후에 나타난 쌍용차의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다시 일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거죠.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정착되면 쌍용차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지난 10월16일 역삼동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박영태(사진) 관리인은 "전 직원이 77일간의 파업사태에서 배운 것은 원칙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파업현장에서의 작업복 차림이 아닌 정장 차림의 박 관리인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 보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쳤다. 박 관리인은 "우리는 기본과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으면 회사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뢰를 전제로 한 소통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관리인은 협상에서 '진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노사 간 오래된 불신의 벽에 수없이 좌절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기본과 원칙은 한번 무너지기 쉬운데 그게 또 다른 원칙이 된다"면서 "우리 사회는 법 집행 기관이나 사측이 노조와의 적당한 타협을 통해 또 다음 파업을 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적당한 타협은 관행이 되고 새로운 원칙이 된다는 것이다. 박 관리인은 파업종결 후 지난 3개월간 '소통경영'을 해오고 있다. 팀장급을 시작으로 직급별로 전 직원을 모두 만났다. 만남이 2•3차례가 되면서 직원들이 하나 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은 현장에서 만나는 직원들이 사장에게 직접 요구사항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직원들 개개인이 쌍용차의 새 역사를 직접 쓰는 주인공이 되면서 눈에 띄는 결실도 나타나고 있다. 근태사고율이 12~16%에서 1% 미만으로, 1명당 생산대수도 16대에서 27대로 좋아졌다. 쌍용차는 지난달 총 4,640대를 팔아 올해 1~10월 2만5,221대를 기록, 연간 목표 2만9,286대 초과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얼마 전에는 지난 2개월간 영업목표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박 관리인은 영업 부문 지역 본부장 20여명과 소주를 돌리며 직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