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금리에 눈먼 향군 4000억 물려

사업성 제대로 검토 않고 PF 뛰어들어<br>일부 前간부는 대출 대가로 거액 챙겨

재향군인회가 높은 이자에 눈이 멀어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천억원의 부실을 떠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향군 전 간부들은 부실대출의 대가로 시행사 등으로부터 거액을 챙겼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는 8일 재무제표와 도급순위를 허위로 조작해 부실건설사가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전 사업개발본부 주택부장 안모(55)씨 등 향군 관련자와 시행사 임직원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 사업개발본부장 윤모(70)씨 등 다른 향군 관련자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안씨 등은 대출 담보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시행사로부터 높은 선이자를 받아 챙기기 위해 3개 사업장에 420억원을 부실대출해주는 등 총 6,000억원대의 부실대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향군은 2004년 6월 직영사업체인 사업개발본부를 세우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던 중 부동산 사업에 눈을 돌렸다. 당시는 한창 부동산 거품으로 부동산 시장에 투자가 몰리던 때였다. 사업개발본부는 연 6~8% 이자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건설 시행업자에 20%의 선이자를 떼는 방식으로 PF 대출을 시작했다. 사업개발본부는 서울 성북동과 부산, 경기 안산과 평택, 강원 태백 등 총 10개 사업장에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400억원까지 총 2,415억원의 초기 대출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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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업개발본부는 애초에 대출 타당성을 검토할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향군 내부에 투자심의실무위원회와 수익사업심의위원회 등이 있었지만 전문 능력이 부족한 이들로 꾸려진 형편이어서 심의는 형식에 불과했다. 거기다 시공능력을 속여 대출을 받아간 시행사가 생기는 등 상황은 설상가상이었다. 경남 창원에서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벌인 시행사 대표 이모(53)씨는 재무제표와 도급순위 등을 허위로 작성해 430억원을 대출 받았다.

원금 회수가 어려워진 탓에 연달아 추가대출이 이뤄졌고 결국 손실은 6,185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2,217억원만 돌려받고 나머지 3,968억원은 미회수 상태다. 안씨는 시행사 대표 김모씨 등으로부터 대출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5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2010년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향군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 신규사업 추진 전면중단을 통보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향군처럼) 감독기구의 규제를 받지 않고 금융업을 한 단체들이 많을 것”이라며 “금융 부실을 키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향군은 지난해 문제가 된 사업개발본부를 없애고 자산관리본부 체제로 재편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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