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간은 왜 합리적이지 못할까?

■ 클루지 (개리 마커스 지음, 갤리온 펴냄)


세익스피어는 인간은 '고귀한 이성'과 '무한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또 인간은 신의 외형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비행기ㆍ핵폭탄을 발명하고 걸작 예술품을 창조하며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우상숭배에 빠지기도 하고 인생을 망치는 약물에 중독되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행동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고귀하지는 않다. 왜 그럴까. 진화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마음의 탄생'의 저자인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kluge)' 때문이라고 말한다.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을 뜻한다. 즉 인간은 최선의 선택을 통해 진화해 온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우연에 의해 구성된 산물(haphazard construction) 혹은 서투르게 짜맞춰진 기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몸만 그런 게 아니다. 기억ㆍ신념ㆍ선택ㆍ언어ㆍ행복 모두가 클루지하다. 모두가 허술하게 만들어져 마음이 뒤죽박죽이 되기 쉽다. 언어체계가 애매하며 건망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행복에 대한 개념도 확고하지 않다. 저자는 부조리한 일상과 혼란스러운 세상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인간 본성의 불가사의한 측면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고귀한 이성을 지닌 존재도 아니며 신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완전한 존재도 아님을 증명한다. 책 말미에는 클루지를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13가지로 정리해서 소개한다. 좀 더 현명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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