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달아났던 뺑소니범이 1년6개월 뒤 다시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뺑소니 사실이 뒤늦게 탄로났다.
서울 강동경찰서가 5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모(51)씨는 2004년 9월16일 저녁 서울 암사동 둔촌로에서 승용차를 몰고가다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박모(15ㆍ여)양을 치었다.
정씨는 그러나 박양을 인근 병원 주차장에 내려놓고 "의사를 데려올테니 기다리라"고 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자신이 운전한 승용차가 3개월 전 생활정보지를 통해 100만원을 주고 산 무적(無籍) 차량인 이른바 `대포차'였기 때문이었다.
박양은 다행히 병원 직원에게 발견돼 응급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다.
뺑소니 사실이 알려지자 사고 목격자들은 차량번호를 기억해 경찰에 신고했지만대포차인 탓에 정씨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기소중지됐고 정씨의 승용차에는 수배조치가 내려졌다.
막노동을 하는 정씨는 사고가 난 차를 계속 타고 다니다 지난달 21일 새벽 서울문정동에서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는 바람에 수배 중인 사실이 드러나고말았다.
정씨는 경찰에서 "작년 9월 건축업자로부터 체납임금 대신 승용차를 넘겨받았고박양이 사고를 당한 시점에는 그 차가 없을 때"라며 뺑소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건축업자를 증인으로 데려오겠다며 나간 뒤 다시 연락이 끊겼다.
이후 경찰은 정씨가 박양이 사고를 당한 2004년 과속으로 무인카메라에 두 차례적발된 사실을 알아내고 필름 분석을 통해 당시 운전자가 정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씨에게 "확인할 게 있으니 잠시 나와달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뒤 정씨가 출석하자 과속카메라 사진을 제시하고 박양과 대질조사를 통해 뺑소니 사실을 자백받았다.
정씨는 "보험을 들지 않은 대포차로 뺑소니 사고를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 도망갔다"고 뒤늦게 자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