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10일] 침묵세대를 위하여

'침묵세대(Silent Generation).' 지난 1930년대 대공황기에 성장한 미국 젊은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부모의 실직과 파산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란 탓에 이들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려 하고 젊은이다운 꿈과 도전의식ㆍ패기도 없다. 적성이나 미래가치보다는 현재의 안정성만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침묵세대의 주요 특징이다. 얼마 전 외신을 보니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국에 '제2의 침묵세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난의 여파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요즘 젊은이들 역시 과감한 도전보다는 안정 지향으로 몸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호황기에 부모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요즘 세대는 대학원 진학 등 부모한테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한국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도전과 모험을 기피하는 안정지향주의는 오히려 우리 젊은이들이 미국의 침묵세대를 능가하지 않을까 싶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이 일상화되면서 젊은층 진로 선택의 핵심기준이 '안정'으로 바뀐 지 오래다. 주위에서도 '공시족'이다 뭐다 해서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 준비에만 몇 년씩 매달리는 대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청소년들은 오로지 안정된 직업이 보장된 학과만을 목표로 입시준비에 열중한다. 그러니 요즘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패기와 역동성을 발견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 경제난의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지만 그 짐은 마치 애꿎은 젊은 세대가 다 지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안정지향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잠재력까지 썩히는 문제가 있다. 정해진 틀에만 안주하겠다는 것은 마치 대양에서 뛰어 놀 물고기를 어항에 가둬놓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한창 재기발랄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젊은이들이 스스로 꿈의 크기를 제한한다는 것은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젊은이의 열정과 패기는 사회의 성장동력이나 다름없다. 젊은이들이 도전을 기피하고 침묵하는 사회는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젊은 세대가 침묵을 깨고 패기와 열정의 함성을 힘껏 지르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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