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단 인프라 확충 지원 시급

서울 지하철 2호선에 구로공단 역이 있다. 하지만 구로공단역에는 `구로공단`이 없다. 지난 2000년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 산업단지`로 바꿔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역명을 변경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 해왔다. 올들어 이들은 역명 개명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는 비용문제와 시민들의 혼란 등을 내세워 아직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공단의 현주소를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사실 서울디지털 산업단지 등 전국 30개 공단이 지난 60,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주역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공단은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현재도 전체 수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데도 공단의 인프라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사후관리 부족과 난개발 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과거 2차선 도로가 그대로 남아있고 확장된 도로가 거의 없는 상태다. 도로가 하루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그대로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자체들은 자기 고장에 공단이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오죽하면 산업단지 내에 패션몰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제는 공단이 명실상부한 현대적인 첨단산업기지로 변화해야 할 시기다. 일본의 경우 각 산업단지는 해당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지자체의 지원정책으로 성공한 경우다. 우리는 아직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마침 오는 7월부터 실시되는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에 따라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이 펼쳐질 예정이다. 구조고도화 사업은 산업지구별로 특화산업을 키우고, 단지별 물류공동화 작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공단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를 위한 예산이 아직도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실탄이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칫 말만 번지르르한 구두선에 그칠 수도 있다. 이제 우리 공단도 체계적인 운영시스템과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야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위상 회복을 기대 해 본다. <강창현 (성장기업부 차장) chkang@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