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겠습니다.”
세미프로골퍼 오현우(23)는 `혜성`이라는 표현이 꼭 어울릴 만한 대형 신인이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오현우는 최근 한국프로골프 2부 투어인 2003 KTF투어 5, 6차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 5년째를 맞은 투어 사상 처음으로 2연승을 일궈낸 유망주. “중학교 2학년 때인 지난 94년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지만 이듬해 미국 이민을 떠났다가 2001년 돌아왔기 때문”에 국내 아마추어 경력은 찾기 어렵다. 2001년 송암배아마추어대회 준우승이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이력. 따라서 실력보다는 올해 충청오픈 우승자인 오태근(27ㆍ팀애시워스)의 사촌 동생, 또는 쌍둥이 프로골퍼 중 동생과 같은 신상 위주의 수식어가 붙어 다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그가 보여준 핀을 직접 공략하는 웨지 샷과 정교한 퍼팅 등 쇼트게임 능력은 `준비된 신인`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유명 교습가인 보비 라스킨으로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익힌 오현우는 2000년 PGA투어 1차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하는 등 가능성을 보였던 선수. 그는 “300야드 이상씩 때려내던 드라이버 샷 거리를 약간 줄이는 대신 정확도 위주로 플레이를 하면서 미국에서 여러 차례 미니 투어 대회 우승을 거뒀던 2000년 당시의 감각이 살아났다”고 KTF투어 2개 대회 연속 역전우승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해 말 발을 들여놓은 아시아프로골프투어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촌형 오태근에 대해서는 “한때 타이거 우즈를 능가했던 형은 테크닉뿐 아니라 골퍼로서 갖춰야 할 모든 측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스승”이라며 “때마침 정규투어와 2부투어에서 나란히 프로 첫 승을 올려 말할 수 없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KTF투어 6차 대회 때 오태근이 첫날 충주CC까지 찾아와줘 큰 힘이 됐다는 그는 31일 경남 김해의 가야CC에서 개막하는 부경오픈에는 자신이 찾아가 응원할 작정이다.
2부투어 성적으로 프로테스트 면제와 내년 국내 정규투어 활동을 사실상 확정지은 오현우는 “이번 우승을 계기로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최종 목표는 미국 PGA투어 진출이지만 비약을 바라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한 단계씩 올라서며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