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오라클등 美 우량 IT기업 순익급증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미국의 우량 간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축적된 현금 유동성 처리 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그 동안 쌓아놓은 현금을 새로운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성장 한계를 인정하고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 줄 것인지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최근 몇 년간 IT산업이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일부 우량 IT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들은 부채가 거의 없는데다 침체의 타격이 중소기업들에게 집중됨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커져 오히려 순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MS의 경우 현금 및 단기투자자금 규모가 무려 400억 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오라클과 델 컴퓨터는 지난 3년간 현금 및 단기투자자금 규모가 두 배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처럼 풍부한 현금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이들 기업들은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을 꺼려 왔다.
배당금 지급에 나설 경우 자신들의 시장이 성숙됐으며 향후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 또한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도 핑계거리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도 불확실성 투성이어서 IT기업들의 방향 설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IT업체 대부분은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가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손실은 재무제표에 반영됐고, 활황장에서 기록한 수익을 능가하기도 했다.
MS는 지난 2년간 케이블 및 통신업체에 대한 투자금액 중 90억 달러를 상각해야만 했으며, 특히 반도체 기업들은 늘어난 현금을 설비 투자에 사용해 현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인 '과잉설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거세지고 있는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는 IT업체들이 행보를 더욱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으로써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가 완화될 것으로 보여 과세에 대한 변명 역시 더 이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신규 분야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 IT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