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임종건 칼럼] 신행정수도와 국민투표

논설실장 imjk@sed.co.kr

신행정수도 건설문제는 편익과 비용의 문제이자 이상과 현실의 문제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7%가 밀집해 있는 과밀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수도권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분위기라는 점이 논쟁의 핵심이다. 수도권의 수도 이전 반대이유는 자기 지역에 있던 수도를 타지역으로 빼앗긴다는 상실감일 수도 있고 수도 이전으로 자기지역에 손해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일 수도 있다. 이 지역의 상실감이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도권 반대가 논쟁의 핵심 비용과 편익에 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있고 이전에 대한 찬반의 입장차이에 따라 해석이 상반될 수는 있으나 결론은 단순한 것이다. 이전의 편익은 정부 여당이 주장하듯 국토의 균형발전과 과밀해소이고 비용은 과밀화로 인해 겪고 있는 공해ㆍ교통난과 함께 45조~120조원으로 어림되는 이전비용이다. 과밀해소가 편익에 속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편익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인 것이다. 환경이 쾌적해져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오른다면 확실한 편익이지만 반대로 떨어진다면 이는 달갑지 않은 편익이고 오히려 비용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의 인구가 줄고 중요도가 떨어진다면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장사가 안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뒤따를 것이다. 이전 반대의 바탕에는 그런 불안심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 과밀해소가 편익으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공해나 교통난 등 과밀의 비용도 그리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 같은 비용은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치르는 것이다. 공해로 인한 가공할 질병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 정도의 과밀비용은 견딜 만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과밀화를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을 매력적인 변수마저 있다. 서울의 과밀이 심화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로의 신규유입 인구보다는 서울을 탈출하는 인구가 늘고 있고 인구의 전체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전의 편익과 비용이 개념상으로 막연한 건 마찬가지지만 계량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은 비용 쪽이다. 편익이 이상의 문제라면 비용은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이 충돌할 경우 사람들은 대개 현실을 택하게 된다. 정부 여당이 수도 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여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도 ‘이상의 패배’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패배주의는 성급한 것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상과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고 탄핵의 골짜기를 빠져나왔다. 노 대통령은 난관을 돌파할 때 정공법을 주특기로 한다.이전의 편익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 반대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편익조차 비용으로 간주하는 이기적 발상에서 연유한 오해라면 능히 극복될 수 있다. 차후 정권서 백지화 안되게 지금 상태로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 이전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울 정당이나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의 승패 여부를 떠나 그로 인한 국론분열이 얼마나 깊어질 것이며 혹시 그 정당이 승리해 백지화하려 한다면 그 또한 무슨 난센스인가.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국민투표다. 국민투표에서 가결된다면 수도 이전 사업은 헌법적 정통성과 함께 정권을 초월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부결되면 소모적인 국론분열과 재정의 낭비를 막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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