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학법 개정 한달…경위와 전망

사학 '신입생 거부' 실력행사에 정부 '사학비리 전면조사' 초강수<br> 서울지역 학교배정 2월10일 최대 고비될 듯<br> 여론 '역풍' 우려 현실적 대안 모색 가능성

개방형이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9일로 한달이 된다.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사립학교의 실력행사와 사학비리 전면조사라는 정부의 초강경 대응으로까지 확산된 그간의 경위와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 반대투쟁 = 사학법인은 작년 12월 9일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예상했던 대로 2006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 거부, 학교폐쇄 및 정권 퇴진운동 전개등을 결의하고 대대적인 사학법 반대투쟁에 돌입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개정 사학법의 본질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의한사립학교 장악'으로 규정하고 작년 12월12일 장외투쟁에 들어가 지금까지 계속하고있다. 결국 사학법인들은 작년 12월28일 헌법소원과 함께 법률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제기했으며 7월1일 개정 사학법이 시행되면 법률 불복종 운동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학측은 개방형(외부)이사제 도입과 친ㆍ인척 교장 금지, 친ㆍ인척 이사 선임제한 조항 등이 사학운영의 자율성, 헌법 상의 평등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황낙현 사무처장은 "법률적 검토 결과 개방형 이사제도입을 골자로 한 사학법은 사학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분명히 헌법 상 위헌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사학측 헌소 청구인단을 대리하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는 "개방형이사제와 학교법인의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하도록 한 조항, 임기가 규정되지 않은 임시이사 제도,4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학교장의 임기 및 연임제한 조항 등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열린우리당 주도로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토론 등 자유로운 의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학교법인이 공공성을 띠고 있는 만큼 공익 목적을 위한 합리적제한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방형 이사 선임 비율이 4분의 1이고 결원이 생기면 보충하는 형식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기존 이사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했던 열린우리당도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 조차도 사외이사를둬 경영과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는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학법인이 이와 같은 형태인 개방형이사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사학측은 또 사학법인은 사단법인(社團法人)이 아니라 재단법인(財團法人)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이 사유재산을 기부해 만든 `재단법인'은 `공공성'은 있을지 몰라도 `공법인(公法人)'은 아니기 때문에 사적자치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외부(국가)의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립 중등학교의 경우 정부가 매년 각 학교에 예산의 50∼60%나 되는 막대 한 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사립학교는 사학재단이 주장하고 있는 사유재산이아니라는 게 교육부와 열린우리당의 시각이다. 사학과 정부 간의 대결양상은 개정 사학법이 시행되는 7월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위헌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이내에 선고를 내리게 돼 있어 이번 사건의 결론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높다. 적어도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사학의 반대투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 정면대결 =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사학단체는 급기야 제주지역 5개 사립고교를 시작으로 '올해 신입생 배정 거부'라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르렀고 정부는 "학생을 볼모로 한 신입생 거부는 어떤 이유에서도 용인할 수 없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섬으로써 정면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는 작년 12월13일 일반계 사립고교와 중학교의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고 신입생 배정도 거부키로 선언하자 협의회 산하 서울시회와 전북지회,경남지회 등 지역사학이 잇따라 동참하고 나섰다. 이 때까지만 해도 사립학교가 실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경우 교육부가 설립경영자ㆍ학교장 고발, 임원승인취소 및 관선(임시)이사 파견, 새 학교장 임명 등의 강경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력 경고했기 때문에 사학법인의 선언은 `엄포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입생 배정발표가 1월5일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제주지역 사립고 5곳이교육당국으로부터 신입생 배정명단 수령을 거부하면서 사학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엄포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가 사전경고가 결코 `공포'(空砲)가 아님을 보여줬다. 교육부는 제주 사립 5개고가 배정거부를 하자 바로 시ㆍ도 부교육감회의를 열어엄정 대응 의지를 재확인하고 시ㆍ도별 배정일정에 따른 구체적 대책을 협의하는 등기민하게 대처했다. 물론 사학들이 학생을 볼모로 신입생 거부나 학교폐쇄와 같은 극단적 방법을 택하지 않도록 시ㆍ도 차원의 설득 노력을 병행하되 사학들이 끝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시정요구, 고발조치, 임원승인취소, 임시이사선임 등 법이 정한 모든 수단을 동원키로 한 것. 여기에 청와대는 신입생 거부행위를 `헌법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법 질서 수호차원에서' 사학 비리 전면 조사에 착수하는 등 모든 행정적,사법적 절차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사전경고가 `구두선'(口頭禪)이 아님을 청와대가 보증할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가 사학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사학비리에까지 칼을 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사학비리는 일부에 국한된 것이라고들 하지만 법무ㆍ교육ㆍ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이 유기적 협조 체제 아래 척결에 나설 경우 사학비리는 말 그대로 캐면 캘수록나오는 `감자줄기'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이 제보 등을 바탕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경우 불똥이 전체 사학으로 튈 가능성조차 배제하기 어렵다. 학부모 단체 및 여론도 사학들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ㆍ시민단체들은 "사립중고교의 신입생 배정 거부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 규탄농성,서명운동, 임원승인취소와 임시이사 파견 운동 등 사학의 법률적 투쟁에 법률적으로대응할 것임을 경고했다. 위헌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 사립고들이 7일 사실상 신입생 배정거부 방침을 철회하고부산과 전북, 대구 등 상당수 사립학교들도 관망세로 돌아 사학의 신입생 배정거부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물론 지방의 많은 사립교들이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와 사학법인연회 등 상급단체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서울지역 학교 배정예정일인 2월10일께가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 향후전망 = 사학재단이 현재 공언(公言)하고 있는 신입생 배정거부나 학교폐쇄 절차를 과연 밟아나갈 것인가. 현재로서는 사학단체들이 제주지역 사립고처럼 신입생 배정거부나 학교폐쇄 등의 '벼랑끝' 투쟁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주지역처럼 현실화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법상 부여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교육당국이 취할수 있는 법적 조치는 학교장에 시정명령-불응시 해임요구- 재단 임원취임 승인 취소-임시이사 파견 등이다. 이런 조치를 취하는 데는 최소 20여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입생 배정일이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수업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후기 일반계 고교와 중학교 배정 발표를 앞당기고 방학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정부는 신입생 모집을 거부하는 사학에 대해서는 전면 감사를 실시하고 사법적으로는 업무집행 방해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범정부적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공립학교 학급당 배정인원을 늘려 운영하고 교과교실 및 특별교실 등을 활용해 학급을 최대한 증설하는 방안 등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럼에도 사립중고가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비난여론을 받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교조가 작년 11월 교육부의 교원평가제 시범실시를 저지하기 위해 집단연가투쟁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여론의 역풍 (逆風)을 맞아 이수일 노조위원장이 전격사퇴하고 연가투쟁은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사학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이미 제기한 헌법소원 등 법률적 투쟁에 전념하면서 건학이념 구현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령 개정안에넣도록 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천주교 및 개신교, 사학단체들이 교육부가 구성한 시행령 개정위원회에여전히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최상위 사학단체인 사학법인연합회가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한나라당의 장외투장과 맞물리면서 사태가 더 꼬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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