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17일] 농가가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

얼마 전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서 '삼성의 순이익이 일본의 15개 전자업체 순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삼성이 거둔 실적은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통쾌함을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보도였다. 상위 20%의 기업이 80%의 시장을 장악한다는 '2080법칙'이 더욱 공감 가는 부분이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의 3ㆍ4분기 영업이익 3,260억엔이 소니ㆍ파나소닉 등 일본 대형 9개 전자회사의 전체 영업이익 1,519억엔의 배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전자업계 급성장엔 농촌도 한몫 지난 1992년 세계 D램 시장 1위 등극에 이어 1995년 S램 1위, 2002년 낸드플래시 1위, 2003년 플래시 1위에 오르는 등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글로벌 삼성의 공격적 선행 투자, 그리고 오너의 의지가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전자업계의 비약적인 성장에 박수를 보내며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의 성공이 혼자서 이뤄낸 성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전자업계의 성장 이면에는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한 우리 농촌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전업계의 성장 시기는 1977년 통일벼 4,000만석을 돌파하며 쌀 자급자족의 시대를 열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 우리 농촌에는 새마을운동의 바람이 불었던 변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텔레비전이다. 당시 텔레비전은 동네에 한 대 정도 있던 귀한 존재였다. 쌀 자급자족으로 농민들의 살림살이가조금 나아지자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밤이면 외출을 해야 했던 농민들은 너도나도 텔레비전을 구입했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가전업계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었고 오늘날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의미를 좀 더 부여하자면 우리 농촌도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타결된 한ㆍ유럽연합(EU) FTA에 이어 한미 FTA타결도 목전에 와 있다. 이같이 각 나라들과 FTA가 타결되자 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ㆍLCD패널ㆍ가전ㆍ휴대전화 등 가전업계는 수출 확대와 획기적 성장을 예상하며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돼지고ㆍ치즈 등을 중심으로 한 생산 위축과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농ㆍ축산 농가는 시름에 빠져있다. 앞으로 있을 한ㆍ중 FTA 역시 가전업계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우리 농가는 또 한 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의 시대인 오늘날 FTA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천연자원도 없고 땅도 넓지 않은 우리나라가 살 길은 수출밖에 없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FTA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FTA를 통해 얻게 될 경제적 열매를 가전업계가 모두 가져간다면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한 우리 농가들에는 매우 불평등한 일이 될 것이다. 대기업서 농가 지원 앞장서야 50년 넘게 국내 가전업계의 성장을 든든히 뒷받침했던 농촌을 저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가전업계는 그동안 디지털업계가 이뤄 놓은 경제적 성공에 고운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받은 만큼 우리 사회에 무엇을 돌려줘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70%에 만족하면 피로ㆍ욕구불만ㆍ스트레스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FTA로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 중 30%를 우리 농촌에 돌려주는 것은 어떨까. 70%의 철학과 경제관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LG가 국내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FTA로 얻은 수익의 30%를 농촌에 지원하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소식이다. 국내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가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우리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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