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버바 판매 유감

"(실버바 판매추진은) 사실이 아니라니까요. 더 봐야 해요."(국민은행의 한 관계자)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은행에서 실버바(은괴)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21일자 신문기사를 보고 기자는 감회가 새로웠다. '오보'가 맞는 기사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자는 국민은행이 실버바 판매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은행에서는 처음인데 은행의 공신력을 감안하면 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가자 금융 당국이 뒤집혔다. 이유인 즉 실버바 판매는 은행의 부수업무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 금융 당국이 노발대발하자 국민은행 실무진은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다가 "기사를 지워달라"는 요구까지 해왔다. 해당 기사가 맞는지를 묻는 기자들에게는 "오보다"라고 했다.


실제 내용이 틀렸던 것일까. 지난해 말 국민은행 이사회는 실버바 판매대행 업무취급안을 내부적으로 승인했다. 실버바 판매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에 보고됐고 승인까지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금융 당국이 세게(?) 나오자 모르쇠로 나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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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금융 당국은 내년부터 실버바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국민은행의 공이 크다. 그 당시에 이런 해프닝이 없었다면 금융 당국은 아직까지 실버바 판매의 필요성을 못 느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국민은행의 업무 방식이다. 내부적으로 이사회 승인까지 받고 공식적으로 추진하던 업무를 당국에서 "왜 협의를 안 했냐"고 하자 바로 물러나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국민은행은 정부의 실버바 판매 허용방침에 따라 내년에 상품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는 태도다. 당국이 뭐라고 하면 접었다가 해준다고 하면 슬며시 나오는 모습 말이다.

은행들은 관치 때문에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원칙과 제대로 된 논리가 없는 금융사에도 49%의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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