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 車관세철폐 시한 등 요구 수위 낮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자동차 분야에 국한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쉽게 타결되지 못했던 것은 양측이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었다. 미국은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국 시장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우리 측은 한국 시장 개방은 수용할 수 있지만 한미 FTA의 가장 큰 소득으로 평가되는 미국 시장 개방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은 ‘윈윈(Win-Win)’이 아니라 제로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에서 3일, 메릴랜드에서 3일이라는 기간 동안 양측은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연평도 사태로 한미 안보동맹이 강화되는 정치적인 변수가 발생한데다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양측 모두 의회 비준을 무난히 받기 위해서는 ‘이익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했다. 미국 측이 쇠고기의 민감성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던 것도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등 의회로부터 이해를 구하기 위한 까닭이다. 정부 관계자가 “이번 결정은 협상대표단 간의 타협보다도 대표단의 등 뒤에 있는 양국의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협상이 그만큼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양측은 3일(현지시각) 한미FTA를 먼지 속에 묻어두는 것보다 서로 한발 물러서 합의를 이루는 것을 택했다. 미국으로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과 한ㆍ유럽연합(EU) FTA 내년 7월 잠정발효라는 대내외적인 영향 탓에 더 이상 미뤄두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고, 우리 역시 한미FTA를 통한 FTA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일부 양보를 수용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협상이 진행될수록 미국 측 요구사항이 높아지느냐’는 질문에 “처음보다 많이 낮춰놓았다. 한참 지나서 나중에 (내용을) 다 밝히면 뒤집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한 연장, 자동차 관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마련, 관세환급 규정 등 핵심쟁점에 있어 미국이 지난 서울협상에서의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즉시 또는 3년 내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2.5%) 철폐기한을 상당 기간(10년 가까이) 연장하는 선에서 한ㆍ유럽연합(EU) FTA 수준(1,500cc 이하는 관세 10% 5년 내, 1,500cc 이상은 3년 내 철폐)으로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협정 체결 후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대차의 현지 생산 비율이 늘어나 수출물량이 줄었고 비교적 높지 않은 2.5%의 관세라는 점에서 일정 기간 관세폐지 시한을 늦추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 분야에서 우리 측의 양보로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EU와의 패리티(동등성) 차원에서 관세환급도 5년 후 5%로 제한할 것을 내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시장의 환경ㆍ안전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양측이 일정 부분 의견이 모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본부장은 미국 언론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철폐 기한 연장 요구에 맞서 한국이 농산물 분야 관세철폐 유예를 주장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는 “그렇게 건드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말해 제한된 분야에서 합의를 이뤘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번 추가협상은 모두 타결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패키지딜’인 만큼 최종적으로 양측이 한 발씩 양보를 통해 ‘조율’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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