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매년 반복되는 전세난의 충격이 어느 수준일지 세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이사수요가 많은 시기인 만큼 험난한 전셋집 구하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3.12%로 지난해 상반기의 3.69%보다는 낮지만 상승세는 꾸준하다"며 "올가을 수도권 신규 입주물량이 부족하고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점 등이 전세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올가을 수도권 입주 예정 아파트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9~11월 경기도 입주 예정 아파트는 9,34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568가구)에 비해 35.8%나 감소했다. 특히 이사수요가 몰리는 9월과 10월 물량이 각각 1,407가구, 2,546가구에 불과하다. 서울 역시 지난해 6,596가구에서 올해 6,303가구로 4.4% 줄었다.
수도권의 경우 전통적으로 지방보다 전세난이 심해 입주물량 부족의 파장이 클 수 있다. 국민은행 집계 결과 이미 올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7월까지 3.28% 올라 전국 평균치(2.67%)를 웃돌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20% 이상 줄어든 반면 지방은 20%가량 늘어나 물량이 넉넉한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수도권 세입자들의 부담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급속히 늘고 있는 점도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전세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는 상황에서 월세 매물만 늘어나면 전세 매물의 몸값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토부의 조사가 시작된 2011년 1월 31.9%에서 2013년 12월 40.3%를 기록해 2년 만에 40%를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는 41.5%를 기록했으며 향후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는 무보증 월세를 제외하고 보증부 월세만 포함한 수치여서 실제 월세 전환속도는 더 빠른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더해지면 전세대란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올해 안에 이주가 진행될 수 있는 서울 재건축 사업지(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인가)는 27개 단지, 2만1,868가구에 달한다. 단지별 이주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잠재돼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내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