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4.5%로 추가 인상
'점진적' 언급 삭제, 그린스펀 퇴임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1일(현지시간)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4.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FRB의 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올리기로 결정, 미국의 금리가 거의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됐다.
2004년 6월 이후 연쇄 금리인상을 주도해온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14번째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퇴임전 마지막 업무를 마쳤다. 그는 이날짜로 정식 퇴임한다.
FOMC는 향후 추가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 그동안 성명에서 줄곧 사용해온 '점진적(measured)'이란 단어를 빼고, 지난달 성명에서 쓰인 (추가 정책이 필요)'할 것같다(likely)'는 표현 대신 '할 지도 모른다(may)'고 밝혔다.
이는 FOMC가 한차례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벤 버냉키 신임 FRB의장의 정책결정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FOMC가 버냉키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3월 28일 회의에서 금리가 4.75%로 한차례 더 오르는 것을 끝으로 연쇄 금리인상 행진이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FOMC는 회의 후 성명에서 "최근 몇달 간 핵심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낮으며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도 제한적"이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달성에 위험한 요소들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추가 정책도입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최근 경제통계가 고르지 못한 점이 있긴 하지만 "경제활동의 확장세는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으나 "높은 에너지가격과 경직된 노동시장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잠재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18년 반 동안 FRB를 이끌어온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149번째로 주재한 FOMC회의에서 금리인상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직무의 대미를 장식했다.
1987년 8월 11일 취임한 그린스펀 의장은 재임기간 주가폭락과 오일쇼크, 아시아 금융위기, 9.11 충격 등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상 최장기간 경제호황을 창출하는 등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무역 및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등 많은 문제점도 남기고 떠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상원 인준을 받은 버냉키 신임 의장에게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FRB 의장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며, 퇴임 후 워싱턴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강연과 저술활동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입력시간 : 2006/02/01 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