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많은 논의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집중돼 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분명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일 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 살까" vs "할만큼 했다"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은 바로 그 순간부터 고민과 갈등을 하기 시작한다. 처절하리만큼 살벌한 경쟁구도 속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앞을 가리는 등 삶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본격화한다.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에 온 친구들보다 성적에 맞춰 입학한 대학생일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환경과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자녀들을 과거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때로는 가르치려 들기만 해 세대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는 한다. 고민에 찬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디지털 이주민인 우리 세대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인 대학생 자녀 세대를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어딘가 궁색한 면이 있다.
부모와 항상 함께 했던 유치원 시절과는 달리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부모의 관심은 오직 대학 입학을 위한 교육에 쏠리게 된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부모들은 그동안 너무나 힘들게 뒷바라지했다는 생각에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뒷짐을 져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진짜 고민을 시작하며 많이 외롭고 힘들어 한다. 우리 부모들은 이들 옆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가. 대학을 다니는 수준이라면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뒷짐을 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무엇을 위해 대학에 진학했고,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너무나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그동안 이런 유형의 질문에 익숙하지 않았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는 친구들이 주위에 너무나도 많다. 게다가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더욱 녹록하지 않다.
최근 불어 닥친 각종 토크 콘서트 열풍은 바로 대학생들의 이러한 고민과 관심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를 비롯한 멘토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 것도 아닌데 대학생들이 열광한 것은 바로 그들이 곁에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어깨에 손을 얹어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했다는 데 있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그들 곁에서 내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고 얼마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가.
자녀 눈높이서 함께 아파했으면
먹고 살기에 너무 바빠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대답은 이제 그만두자. 유치원에 다니던 자녀에게 가졌던 관심을 대학생이 된 아이에게 다시 한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아이는 혼자서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자. 부모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자녀들의 마음을 훔쳐보자. 그리고 다가가 보자.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보다는 학교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한번 물어보자. 내가 학창시절에는 어떠했는지만 얘기하지 말고 지금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에 발을 딛고 함께 고민해보자.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경쟁이라는 링 위에서 혼자 외롭지 않게 부모의 그늘을 다시 한번 씌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