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피크제 지원을 확대할 경우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정년 연장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고위 관계자는 4일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근로자 1인당 지원금을 현행 최대 6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높이고 컨설팅 지원 사업장도 100개에서 200개로 늘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 같은 고용연장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해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1955년~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흔히 낀 세대로 불린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조기퇴직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을 하느라 노후 준비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세대들은 지난 4월 확정된 정년 60세 연장의 혜택도 누리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년연장법이 2016년에야 시행되는데 그 전에 은퇴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지원이 강화돼 산업 현장에서 도입을 늘리면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다소 임금이 깎여도 60세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 임금피크제 확대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임금근로자는 올 7월 현재 293만3,000명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임금피크제 지원이 확대되면 비용 문제로 제도 도입을 망설였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정년연장법의 혜택을 못 볼 위기에 있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용 안정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다만“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임금만 깎고 고용 연장은 소극적일 경우 외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정년 연장은 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임금피크제 지원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4월 정년연장법이 통과될 때 재계에서는 일방적으로 정년만 늘릴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근 통상임금 이슈가 뜨겁지만 정작 기업인사담당자 사이에서는 “통상임금보다 정년 연장이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정년 연장을 하려면 임금피크제 등 임금 조정방안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임금피크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 기업의 정년 리스크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려면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서 인력운용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 따르면 특히 대기업은 임금피크제에 드는 비용보다도 인력운용 상의 문제 때문에 제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령 금융권 대기업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를 마땅히 활용할 방법이 없어 주로 채권 추심 등 ‘후선 업무’를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도 손해고 사실상 한직으로 2~3년을 일해야 하는 근로자에게도 고통이다.
고용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기업에 컨설팅 지원을 늘리고 임금피크제에 맞는 직무 모델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며 “임금피크제를 넘어 전반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표준모델도 내년 상반기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