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때부터 별다른 이유없이 성 관계 갖기를 거부한 남편에 대해 결혼 파탄의 책임을 물어 부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홍중표 부장판사)는 11일 “특별한 사유 없이 성 관계를 거부, 부부생활의 파탄을 초래했다”며 A(33ㆍ여)씨가 남편 B(35)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B씨는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결혼파탄의 잘못은 부부생활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정상적 성생활을 아무런 이유없이 기피, A씨에게 좌절을 안겨준 B씨에게 있다”며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 2001년 4월말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을 떠났으나 B씨는 첫날밤부터 피곤하다는 이유로 성 관계를 거부했으며 이후에도 각자 침대를 사용하며 신혼여행 내내 성 관계를 맺지 않았다.
신혼살림을 시작한 이후에도 A씨는 조심스럽게 성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했으나 B씨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좀더 시간을 달라”며 성 관계를 거부했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자는 A씨의 요청마저 거절했다. 결국 A씨는 B씨의 성관계에 대한 기피와 무성의를 참지 못해 결혼식을 올린지 두달여 만인 6월말께 혼수품을 트럭에 싣고 신혼집을 나와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