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를 보며

최근 신문 경제면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 증권시장에서는 주가가 급등락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신용경색이 지속될 지 여부와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히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정례회의에서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0.5%씩 전격 인하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를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관련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2단계는 금융기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주택수요가 줄어들면서 주택경기가 악화되고 소비 침체 가능성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마지막 3단계는 서브 프라임 부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통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상황이다. 파생상품의 부실 규모와 그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게 되는데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 금융기관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국가까지 걸쳐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신용경색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미국 서브 프라임 부실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는 듯하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와 관련해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이 약 2억5,00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경색 등 간접적인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외자조달이 차질을 빚고 조달비용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가 파생상품시장의 발달이 더뎌 제한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자본시장이 고도로 발달된 미국에서 주택시장 부실이 파생상품을 통해 금융시장에의 충격으로 이어지고 전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한편 한국판 서브 프라임 사태를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담보비율 규제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건전하게 관리해 오기는 했으나 저축은행의 주택금융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서 잠재적 부실 요인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서브 프라임 사태의 교훈은 저금리로 생겨난 유동성 과잉이 규제의 실패와 투기 심리와 맞물리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를 다시금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정부와 시장참가자들은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점검하는 등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대비하고 파생상품의 관리능력을 키워 리스크가 재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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