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카드사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해 연초부터 인력과 점포수를 줄였으며 연말에는 희망퇴직과 전직(轉職)지원 형식으로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장기화하자 금융권이 다시 감원 카드를 꺼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 2010년과 2011년의 감원 규모는 각각 5,000여명에 이르렀고 지난해 감원된 인력수도 3,400여명에 달했다.
올해 은행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사업 철수, 점포 축소,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HSBC은행은 지난 7월 이후 개인금융 업무 폐지를 추진하면서 국내 11개 지점 가운데 10개 지점 폐쇄를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230명의 개인금융 부문 직원의 90% 이상이 명예퇴직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전체 직원 약 4,000명의 2%에 해당하는 199명이 희망퇴직한 이후 올해들어 국내 지점 22개를 폐쇄하면서 한국 내 지점 수가 지난해 말 218개에서 196개로 줄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2011년 말 전체 직원 6,400명의 13% 규모인 813명이 명예퇴직했다. SC은행은 최근 약 350개인 국내 지점을 250여개로 최대 100개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대출 수요 부진과 당국 규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강도 높은 인력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매매수수료에 의존하던 증권사의 수익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서는 공개적인 지점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들 단행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에 과장·대리급 인력 100여명을 금융과 전자 계열사로 전환 배치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달 구조조정을 하고 직원 100여명을 내보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정했고 SK증권은 이달 초 조직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증권사 직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62개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수는 4만1,223명으로 2년 전(4만3,801명)보다 2,578명 감소했다.
이 중 삼성증권 직원은 3,733명에서 3,163명으로 570명 줄었고 동양증권은 3,044명에서 2,481명으로 563명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인력의 15.3%, 동양증권은 19.5%가 각각 감소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직원도 2년간 2,166명에서 1,784명으로 382명(17.6%)이 줄었고 하나대투증권은 1,887명에서 1,679명으로 208명(11.0%)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175명(7.5%),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12명, 7명이 감축됐다.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보험업계 선두 주자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창업 등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하는 임직원을 상대로 ‘전직(轉職) 지원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실상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여서 업계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한화손해보험은 현재까지 임직원 70여명이 퇴직 신청했다.
앞서 하나생명은 지난달 말 전체 임직원 207명의 25%에 달하는 51명을 퇴직시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카드업계에도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카드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는 최근 노동조합 측에 곧 희망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니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보니 금융사들이 전반적으로 수익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