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7시30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 이후 내렸던 '비상근무 제4호'를 해제하고 곧바로 새해 업무보고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이날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당초 이번 비상근무는 적어도 김 위원장의 영결식이 예정된 오는 28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이보다 훨씬 앞당겨 나흘 만에 업무를 정상화시켰다. 물론 외교ㆍ안보ㆍ치안 분야는 여전히 경계태세를 유지하도록 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업무에 돌아온 것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대북 리스크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22일 여야 대표와의 만남에도 국제신용평가사의 우려를 전달하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세계 신용평가사들이 우리 정부에 대북 문제를 계속 물어온다"면서 "비상근무 체제가 계속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불안감에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비상근무를 조기 종료하게 했다. 실제 공무원들에게 비상근무령이 내려짐에 따라 송년회를 포함한 연말모임이 잇달아 취소되는 등 사회 전반에 소비가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상근무 해제는 대북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전일 여야 대표들을 만나 "기본적으로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며 "우리 군도 낮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비상근무 등으로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달리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시민도 큰 동요를 하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