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겨울 어느날.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금광 회사 골드코프(Goldcorp) 회의실에 긴장감이 흘렀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골드코프는 새 금맥을 찾지 못하면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위기 상황. 롭 맥이웬(Rob McEwen) 사장이 직원들을 어리둥절케 하는 중대 결정을 발표했다. 50년간 모아놓은 광산 지질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57만5,000달러의 상금을 내건 금맥 후보지 발굴 콘테스트를 열기로 한 것이다. ‘금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전직 펀드 매니저가 정신이 나갔다’며 직원들은 혀를 찼다. 광산업 특성상 지질 자료는 회사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 발굴 과정도 매우 은밀하다. 공개 콘테스트를 통해 금맥을 찾자는 발상에 직원들은 코 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듬해 3월 막상 콘테스트가 시작되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참가작들이 밀려 들었다. 전문 지질학자를 비롯해 대학원생, 수학자, 군대 장교 등 세계 곳곳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110곳의 새 금맥 후보지가 엄선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들 후보지 80% 이상에서 금이 터졌다. 연 매출 1억 달러에 불과했던 골드코프. 대박을 터뜨리며 9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광산업체로 급부상했다.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라.’ 캐나다 컨설팅사 뉴패러다임의 설립자 돈 탭스콧과 뉴패러다임 임원인 앤서니 윌리엄스는 기업 밖의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업(mass collaboration)’을 활용하는 기업이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대중의 지혜와 힘을 이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이 같은 전략을 ‘위키노믹스(wikinomics)’라 불렀다. 위키노믹스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만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단어. 세계 최고 백과사전으로 이름을 날렸던 브리태니커 아성을 허물어뜨린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에서 착안한 새 경제 패러다임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를 뿌렸던 돈 탭스콧과 앤서니 윌리엄스의 ‘위키노믹스’는 개방과 공유, 협업을 새 경제 가치로 부각시켰다. 위키노믹스가 내세우는 원칙은 ▦개방성(Being open) ▦동등계층 생산(Peering) ▦공유(Sharing) ▦행동의 세계화(Acting globally) 등 4가지. 개방성이란 “경계를 허물고 외부에서 아이디어와 인재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개방적인 기업은 “내부 자원과 능력에만 의존하는 기업보다 훨씬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고 충고한다. 동등계층 생산은 “공동의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 평등한 커뮤니티에 의존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위키노믹스의 세계에선 역사 이래 인류를 옥죄었던 계급 혹은 직위라는 게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유란 말 그대로 자원과 기술을 함께 나누라는 얘기. 과거 통념대로라면 회사의 자원과 지적재산권은 철저히 보호해야만 하는 보물. 하지만 손쉽게 디지털 발명품을 복제하는 시대에 자신의 자원을 움켜쥐고 가둬두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완구업체 레고는 디지털 로봇 ‘마인드 스톰(Mindstorms)’을 선보이면서 제품 구매 계약서에 프로그램을 해킹할 권리(right to hack)까지도 허용한다고 명시해 엄청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식과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오히려 활기찬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예다. 행동의 세계화는 그저 ‘글로벌하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 그치지 말고 ‘글로벌하게 행동’하라는 뜻. “세계 어디에서나 제품을 설계하고 부품을 조달하며 조립과 유통을 담당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생태계를 구축”한 회사가 바로 저자들이 원하는 세계화된 기업이다. 저자들은 또한 그리스 시대 정치와 상업 중심지였던 아고라(agora)를 들먹이며 ‘아이디어고라스(ideagoras)’라는 세계 장터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