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M&A시장 찬바람주가 폭락하자 인수대금 낮추려 시간벌기
미 테러사태가 세계 유수기업들의 M&A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미 테러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내에 이뤄질 예정이었던 대규모 M&A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이는 테러사태이후 M&A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끌어내기가 힘들어졌고 매각이나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이 변동하면서 M&A 예상 금액이 수시로 변하는 등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톰슨 파이낸셜 증권의 수석 시장분석가인 리차드 피터슨은 "당초 연말까지 굵직 굵직한 M&A협상이 이어질 전망이었으나 테러 참사이후 새로운 추세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금융전문가들도 "대부분의 M&A가 주식교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가의 변동이 상당히 주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M&A대상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인수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인수 대금을 낮추기 위해 시간벌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전격적으로 경쟁사인 컴팩사 인수를 발표했던 휴렛 패커드(HP)의 인수작업은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칼리 피오리나 HP CEO는 지난주에 수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컴팩의 주요 대주주들을 설득하고자 휴스턴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항공기 운항이 마비되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며 당분간 협상이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99년에 디지털 이큅먼트사를 인수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HP는 컴팩 인수를 통해 IBM을 넘어 세계 1위 컴퓨터 메이커로 부상할 방침이었으나 주가가 연일 하학하면서 이달초에 비해 4분의 1이하로 하락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 역시 10월까지 위성방송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휴즈 전자사업 부문을 세계적인 미디어제왕 루퍼드 머독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최근 휴즈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판매 가격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320억달러를 제시했던 2위 위성TV업체 에코스타도 최근 들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매각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시 되는 실정이다.
AT&T도 케이블 사업 부문인 AT&T브로드밴드의 매각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여름 컴캐스트사의 인수 제의를 거부하고 AOL타임워너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연내 타결은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가의 금융기관인 밀뱅크-트위드-해들리 앤 맥클리사의 멜 이머굿 회장은 "대형 M&A가 수포로 돌아갈 경우 해당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미 증시를 약세로 돌아서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최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