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통구조 바꾼다고 통신시장 정상화될까

정부가 말 많고 탈 많았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관련부처들이 모여 제조사에 대한 휴대폰 관련자료 제출 의무화와 보조금 상한을 규정한 조항을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으려면 긴급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이유다. 실패한 정책을 만회하기 위해 더 강한 규제를 내세운 셈이다.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신규 또는 번호이동을 하는 일부 사용자에게 보조금 혜택을 집중해 다수의 장기 이용자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주거나 판매장려금을 단말기 값에 포함해 가격거품을 조장하는 일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보조금 전쟁이 통신업체의 요금 인하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단말기 유통구조만 바뀌면 비정상인 시장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관련기사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전체 인구보다 훨씬 많은 5,400만명에 이른다.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던 4세대 이동통신(4G) 서비스 이용자도 내년이면 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태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나마 있는 수익이라도 지키려고 남의 가입자를 빼앗아오거나 이탈을 방지하는 데 사력을 다하는 게 고작이다. 십수년간 각종 규제가 넘쳐났음에도 해마다 똑같은 시장왜곡이 나타나는 이유다.

현실이 이런데 제조사의 단말기 정보를 공개하고 통신사의 보조금을 묶는다고 시장이 정상화될 리 없다. 오히려 유통구조 변화로 또 다른 편법이 판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할 몫으로 돌아올 것 역시 자명하다. 되풀이되는 시장왜곡과 규제의 악순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제 정책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통신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시장창출의 수단으로 육성하는 방안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