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소득은 기고 빚은 눈덩이 부채 질도 갈수록 나빠져

1분기 가계소득 5% 증가속

신용잔액은 6.4%나 뜀박질

2금융권 대출도 3조 이상 쑥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의 발목을 꽁꽁 묶어둔 가계부채가 다시 한 번 사상 최대치 기록을 깨면서 한국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가계소득이 신통치 않은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가계 빚은 되려 보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더구나 늘어나는 빚도 제2금융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불어나 부채의 질까지 악화되고 있다.

◇벌이보다 빠른 속도로 느는 빚=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1·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02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조4,000억원(0.3%) 증가했다. 분기 대비로는 증가폭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계절적으로 1·4분기에는 가계신용 증가세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지난해 말 주택 관련 세제혜택이 종료되면서 4·4분기에 가계대출 쏠림 현상이 극심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가세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로 따지면 가계신용 증가율은 6.4%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6.0%)보다도 증가폭이 크고 분기단위로는 지난 2012년 1·4분기(7.1%)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이다.


반면 소득 증가세는 부채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1·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가계소득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소득은 1~2%대의 저조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가계 입장에서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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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총량을 소득증가율 이내로 묶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지만 녹록지 않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가계소득 증가세가 워낙 더디다 보니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2금융권 중심 부채의 질도 악화=부채구조를 들여다보면 가계부채는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질 또한 나빠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지난 1·4분기 중 4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신용카드·할부금융 등 판매신용은 1조2,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을 은행과 비은행으로 구분해보면 예금은행 대출이 전분기 대비 1,000억원 늘어난 481조3,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이 3조2,000억원 증가한 209조3,000억원이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제자리걸음(0.02%)을 하는 동안 비은행 대출은 1.6%나 불어난 셈이다. 은행의 문턱을 못 넘은 서민층이 생계형 대출을 받기 위해 2금융에 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방의 가계대출도 수도권보다 많이 늘었다. 수도권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8,000억원(0.2%) 늘어난 422조3,000억원인 반면 지방은 2조5,000억원(0.9%) 증가한 26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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