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바지 출근은 기본… 주말엔 나홀로 PC방

직장인 더위탈출 신풍속도

간편한 복장 쿨비즈족 급증… USB 선풍기·냉방석 필수

칼퇴근 후 취미 활동 열중… 봉사활동 '살신성인'형도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더위 탈출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8월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폭염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의 한 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직장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가장 흔한 유형은 반바지 등 간편한 복장으로 근무하는 '쿨비즈(Cool-Biz)족'이다. 쿨비즈는 과거 노재킷·노타이에 반 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반바지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패션업체에 근무하는 김모 이사는 출근 복장이 산뜻하다. 반팔 남방에 반바지, 스니커즈가 그의 근무 복장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12년부터 '쿨비즈'를 적용해 남자직원의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고 있다. 김 이사는 "집에서처럼 편하게 입고 근무하니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며 "직원들에게도 반바지 출근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쿨비즈 복장을 허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 C&C가 이미 반바지 출근을 도입했고 삼성전자 역시 올여름 수원사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주말과 공휴일에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맘껏 누리는 장비족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최모 대리는 지난해 정부가 실내 적정온도(28도) 지침을 내리자 온라인에서 각종 냉방용 장비들을 구입했다. 그는 PC에 USB를 연결해 사용하는 소형 선풍기를 비롯해 엉덩이를 시원하게 하는 냉방석, 음료를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아이스텀블러 등을 애용하고 있다.


주말에 집에 혼자 남은 가장들은 '나 홀로 PC방족'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주말이면 동네 PC방으로 피서를 떠난다. 초등학생인 아들은 방학 캠프·학원 등으로 바쁘고 아내는 주말 근무가 잦다. 집에 홀로 남은 김 과장은 냉방을 위한 전력비도 아끼고 머리도 식힐 겸 동네 PC방을 찾는다. 일일 정액권을 끊은 뒤 본인이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야구도 시청하고 지인들과 채팅을 즐기며 저녁 무렵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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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활동이 더위탈출의 묘수가 되기도 한다. 서울 여의도의 한 금융업체에 다니는 황모 대리는 매주 수요일이면 오후6시에 회사 문을 나선다. 그가 수요일마다 '칼퇴근'을 하는 이유는 취미활동인 피아노 레슨을 받기 위해서이다. 홍대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피아노 레슨을 받은 뒤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인들과 '치맥'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황 대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더위를 못 느낀다"며 "레슨을 마치고 동호인들과 맥주를 마시는 것도 더위 탈출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무더위를 식히는 '살신성인(殺身成仁)'족들도 있다. 대형 소비재 업체에 근무하는 양모 대리는 매년 여름이 되면 저소득층·결손가정의 자녀들과 스케이트장에서 만난다. 양 대리는 "집안 사정으로 가족과 나들이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어서 스케이트장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며 "보람도 느끼고 더위도 쫓고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장소에서 알뜰하게 무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1990년대에는 은행이 대표적 피서지였다면 최근에는 주민 커뮤니티센터로 바뀌고 있다. 주민 커뮤니티센터는 아파트단지 혹은 지자체에서 건립·운영하는 시설로 독서실·휴식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 헤드헌팅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 과장은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커뮤니티센터를 찾는다. 냉방시설이 잘돼 있는데다 커피 등 음료도 구비돼 있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필요가 없다. 이씨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집처럼 편하다"며 "냉방비를 아낄 수 있어 주말에는 늘 커뮤니티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주말에 야외로 떠나는 캠핑도 유행이다. 특히 최근에는 빈손으로 떠나는 '글램핑족'이 증가하는 추세다. 글램핑은 화려하다는 뜻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의 합성어로 텐트와 각종 장비들이 현장에 갖춰져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디자인 업체에 근무하는 이모 부사장은 "장비가 현장에 구비돼 편리하고 캠핑 준비를 하지 않아도 돼 시간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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