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23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나서야

정부는 고령화시대에 국민의 노후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강제저축 제도인 국민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자산 규모는 오는 2043년 2,464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후에는 고령화로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적립기보다 훨씬 빨리 줄어 2060년 이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투자 비중 갈수록 높아져 올해 중반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 중 약 13%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477개(지난해 말 기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337개이며 나머지 140개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37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기금의 평균 지분율은 3.94%, 코스닥시장은 이보다 낮은 2.29% 수준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기금의 현재 영향력을 지분율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은 개인투자가나 다른 기관투자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거래량 기준으로도 시장 영향력은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향후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영향력이 어떻게 될지는 국내 주식시장 규모의 성장속도, 기금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얼마로 할 것인가 하는 자산배분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국내 금융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큰 상황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기금을 '연못 속의 고래'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기금은 주식투자 비중을 낮출 수 없고 오히려 점차 높여야만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인구구조의 문제 때문에 정부는 국민연금제도를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방향으로 정기적인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몇 번 더 이런 방향으로 제도가 개혁된다면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고 국민연금은 노인들의 용돈 수준에 머무를 위험에 놓인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연금 제도를 노후보장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유지하려 한다면 기금 운용수익률을 가능한 한 높여서 제도개혁을 미래로 미뤄야 한다. 주식투자 수익률을 높여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국내외 선행연구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와 주식수익률은 비례관계라고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이 주식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면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을 투명화ㆍ선진화시켜야 한다. 지배구조 수준 중에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통한 적극적 견제장치 제공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투자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고 이는 해당 기업의 높은 주식투자 수익률로 연결돼 기금고갈 시기를 늦출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해 수익률 올려야 국민연금기금은 최근 한발 더 나아가 '의결권 행사' 대신 '주주권 행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주의 권리는 배당, 의결권, 주주 제안, 경영 관여 등을 포함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연기금은 집단소송 등에 참여해 주식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의결권 행사를 통한 견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계열사 출자 등으로 안정적인 우호지분을 확보한 기업들에 뉴스거리는 될지언정 위협은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주주로서의 권한을 의결권 행사에만 국한하지 말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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