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종합 에너지기업 변신' 야심을 현실로<br>전기차 배터리 등 연구 성과 가시화<br>석유개발도 연 매출 1兆 시대 눈앞에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지난 2009년 3월, SK이노베이션(당시 SK에너지)은 새로운 수장을 맞아 위기돌파를 시도한다. 당시 최전방 사령관으로 부임한 인물이 바로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 출신의 구자영 사장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을 넘어선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라는 중책을 맡게 된 그는 "SK이노베이션을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취임 일성(一聲)으로 내놓았다. 그리고는 엑손모빌에서 쌓은 20여년간의 노하루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SK이노베이션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고급윤활기유 제품과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고급 아스팔트인 '슈퍼팔트' 등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제품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그는 또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청정 석탄에너지(Green Coal) 등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다임러 산하 미쓰비시후소사,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AMG 등의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는 서산일반산업단지 7만평 부지에 배터리공장을 착공해 향후 200MWh 규모의 자동화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내년 말까지 추가 300MWh 규모의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그린폴'(Green Pol)과 같은 기술집약적인 화학제품의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또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해외 석유개발사업의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포화상태에 달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석유 및 화학제품의 해외 판로 확보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14개국 28개 광구에서 석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구 사장 취임 당시 일일 생산량이 3만배럴 후반 수준에서 작년 말 5만9,000배럴로 상승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 증가세 역시 뚜렷해, 최근 5년 누적 100조원의 석유 및 화학 제품을 수출하는 등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수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구 사장은 올해 1월 독자경영체계 확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SK에너지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을 축으로 하는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으로 회사를 분할, 2009년에 이미 독립한 SK루브리컨츠와 더불어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을 통해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ㆍ4분기 실적발표에서 SK이노베이션은 분기 사상 최초로 수출 11조원을 돌파하며 연결기준 매출액 17조841억원, 영업이익 1조1,933억원을 달성했다. 독자경영체제를 갖춘 각 자회사 모두 눈에 띄는 실적개선이 있었으며,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은 또 한번 사상최대의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연 매출 1조원 시대 개막을 눈 앞에 뒀다. 구 사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시간을 쪼개 지방 사업장을 방문, 일선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풍토를 만든다. "자율과 책임의 덕목을 갖추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올해 초 구 사장은 '도창긍(도전ㆍ창의ㆍ긍정)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조직활성화'를 화두로 던졌다. 이를 위해 사내 게시판인 'tongtong(통통)'을 개설해 구성원들이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회사의 발전 방향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회사와 직원이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직원들이 지속 가능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회사가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구 사장의 부드러움이 또 한번 SK이노베이션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전했다. He is
▦1947년 부산 ▦부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석박사 ▦1978년 미국 뉴저지주립대 조교수 ▦1980년 엑손모빌 책임연구원 ▦1988년 포스코 상무이사 ▦1993년 엑손모빌 전략연구소 기술경영 위원▦1993년엑손모빌 전략연구소 혁신 어드바이저▦2008년SK에너지 P&T사장 ▦2009년 SK에너지 대표이사 ▦2010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스피드 맞게 판단하고 정확히 패스하듯 실행"
●具사장의'축구 경영론' 구자영 사장의 '축구경영론'…기업에도 창의적인 플레이가 중요. "축구 경기나 기업 환경이나 다를 게 없어요. 그라운드 전체를 보는 시야가 가장 중요합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어려웠던 집안 사정으로 축구를 접었지만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어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수장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SK가 운영하는 프로축구단 제주 유나이티드FC 구단주를 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같은 축구에 대한 이런 남다른 경력 때문인지 구 사장은 본인만의 축구 경기 관전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아르헨티나에게 졌던 이유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공이 가는데 사람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기흐름을 미리 예측해 공이 갈 공간으로 미리 침투해 있었다는 것. 이런 창의적인 사고와 시야야 말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구 사장은 또 브라질의 축구선수 펠레가 지금까지도 위대한 선수로 추앙을 받는 이유는 그의 기술 때문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동료는 물론 상대팀까지 필드 위에 있는 총 22명의 움직임을 한눈에 꿰뚫어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위치를 파악해 패스를 할 방향과 공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창조적인 센스와 빠른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전체 국면을 파악해 다른 경쟁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미리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점에서 축구가 같다고 강조한다. 또 '스피드'야 말로 축구에서나 기업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며 스피드에 맞게 순간적인 판단을 한 뒤 정확한 패스를 하듯이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구 사장의 축구 경영론은 최근 업계에 불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파격적 경영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자신 있게 갈 수 있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갖지 않은 창의적 사고와 고유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구 사장의 지론이다.


관련기사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