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투자촉진' 새로운 시각 필요

윤우진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던 내수경기가 조금씩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를 전후해 신용카드 사용액이나 백화점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고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경기전망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 역시 최근 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활황을 보이고 있다. 도ㆍ소매 판매, 설비투자 추계 등 각종 내수지표들은 아직은 뚜렷한 경기회복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바닥을 탈출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익성 불확실해 기업들 관망 경제당국도 소비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우리가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회복돼 수요가 충분히 늘어나더라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과 고용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인플레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들이 활발한 설비투자를 할 수 있도록 투자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전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현재 금리가 유례없이 낮은 수준이고 우량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사정이 양호하므로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들은 당연히 투자를 늘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투자회복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 여건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리ㆍ조세 등 전통적인 자본비용보다는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나 종업원, 부품공급선 및 고객들의 이해관계 등 수익성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결정 패턴이 이와 같이 바뀌고 있는데 금리를 낮추고 자금지원을 늘려본들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것 이외에도 우리 산업에 정보통신이 중심이 된 신경제가 접목돼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수익성 있는 투자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수익성 높은 투자기회를 발굴했다 하더라도 연구개발 비용 등과 같이 회수가 불가능한 거대한 매몰 비용, 기술발전의 불확실성, 경쟁관계의 변화 등이 기업들로 하여금 오늘 당장 투자하기보다는 좀더 기다렸다가 보다 확실한 정보를 얻은 후에 투자하려는 관망자세를 선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불확실성과 시장에서의 마찰이 없는 이상적인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고 있는 전통적인 투자이론이 불확실성의 증대,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에서 나타나는 투자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기업재무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옵션이론이 기업투자의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대체이론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옵션이론에 따르면 매몰 비용으로 인한 투자의 불가역성(不可逆性)과 수익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본 비용은 전통적인 투자이론에서 상정하는 비용보다 훨씬 높게 된다. 정보공유·규제완화 서둘러야 새로운 투자이론이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금리 등 거시적 가격정책보다는 정보의 공유, 시장 규제와 마찰의 제거, 정부의 투자위험 분담 등과 같은 미시적인 투자촉진 방안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산ㆍ학ㆍ연이 연계한 기술 및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장려ㆍ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불필요한 기업활동 규제와 이해관계자간 갈등이나 마찰을 완화하는 중재적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해외로 나가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국내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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