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규제와 고분양가 비난에 대한 부담 때문에 관심지역 아파트 가운데 연내 분양을 포기하고 해를 넘기는 사업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 분양을 하고 싶어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일 경우 해당 건설회사는 국세청 세무조사 등 ‘철퇴’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영은 청주시 대농부지에 공급할 주상복합아파트를 결국 내년 1월 이후 분양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당초 11월, 늦어도 12월 초에는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분양가 등의 문제로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고 청주시가 최근 분양가 상한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가격 심의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신영 측은 분양가를 평당 1,000만원대에서 책정할 예정이나 청주시나 시민단체 등은 그 이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청주 대농부지 1지구에서 이달 15일부터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던 금호건설도 시가 분양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연내 분양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회사 관계자는 “시의 심의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적정 분양가를 산정하려면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최대한 빨리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화성 동탄신도시 상업지구에 짓는 메타폴리스 주상복합아파트도 사실상 연내 분양을 포기했다. 공기업인 토지공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보니 분양가 논란에 더욱 민감한 것이다. 최근 경실련의 동탄신도시 아파트 분양원가 부풀리기 의혹 제기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도 한몫을 했다.
이밖에 계룡건설이 시공할 예정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리슈빌 아파트도 연내 분양이 어려워졌다. 이 아파트는 대형평형으로만 구성돼 평당 분양가가 3,500만~4,000만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공사와 시행사가 분양가에 대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이 지연되면 금융비용이 증가해 분양가 낮추기가 더 힘들지만 건설사는 세무조사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자체의 분양가 규제가 확산되는 분위기라 앞으로 분양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업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