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사랑·배신·복수 그려서부 영화의 무법자, 호러 무비의 살인마, SF 무비의 킬러 등 다채로운 할리우드 영화의 캐릭터를 제공했던 인물 '닌자'.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의 캐릭터로 아낌을 받았던 닌자지만 일본영화에서는 그 실체가 진지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대중들에게 신화화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전무해 영화의 성공확률이 높지 않았기때문이다.
60년대 '시노다 미학'이라는 조어를 낳을 만큼 탐미주의로 일세를 풍미한 거장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의 '올빼미의 성'은 이런 의미에서 자극적인 닌자 액션의 장르를 열었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둠 속에서 기밀정보를 장악하고 은밀하게 요인을 암살하는 등 신비한 존재로 인식되어온 닌자.
그들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겪어야 했던 사랑, 배신, 복수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SF블록버스터. 간간히 보여지는 몇몇 장면은 회화적일정도도 화려하다.
이 작품에는 닌자 영화의 전형적인 표식이 가득하다. 도둑고양이처럼 최고 권력자의 침실에도 아무도 모르게 침입할 수 있고 둔갑술에 능하며 온갖 암기를 몸에 붙이고 다니는 자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시노다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은 마음 속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단지 그것을 이해하기 쉬운 '닌자'라는 형태로 표현했을 뿐이다. 이 작품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 테마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여러 상황에서 끊임없이 '자기 발견'을 계속하는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는 테마라고 생각한다. 그 테마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고하기다"
시노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정체성의 문제를 복잡하게 파고든다. 주조의 곁에는 주조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죽이려 드는 여자 닌자 하나코가 배회한다.
한때 주조의 친구였지만 상대편에 들어가 도요토미 암살을 막는 특명을 지휘하는 카자마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주조는 닌자의 운명에 순응하면서 자기 정체를 인정하려 하지만 주조의 연인인 하나코는 남자를 사랑할 것이나, 남자를 죽일 것이냐를 두고 방황한다.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