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빼돌려 돈을 받고 팔아 넘긴 신용카드사 직원과 카드정보 매매를 중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 중개상은 국내 최대 포털인 D 사이트에 커뮤니티(까페)까지 개설해 놓고 수백명의 카드정보를 버젓이 거래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판매한 혐의(신용정보이용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신용카드사 직원 허모(31)씨와 카드정보 중개상 이모(27)씨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카드깡 업자 김모(28)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 카드회사 본사 실사팀 직원이었던 허씨는 지난 3월 중순께 카드정보를 구해달라는 이씨의 제안을 받고 인적사항과 카드번호, 비밀번호 등 자사고객 620명의 신용정보를 700만원에 넘긴 혐의다.
이씨는 허씨로부터 건네 받은 정보 가운데 400명의 신용정보를 또 다른 중개상 김모(29)씨에게 1,000만원에 넘겼고 김씨 역시 배모(30)씨에게 2,000만원을 받고 41명의 신용정보를 건넸다.
배씨 등 4명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구매를 가장한 속칭 `카드깡`을 통해 1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허씨는 14개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3천여만원의 빚을 지자 이를 갚기 위해 카드발급신청서에 적힌 고객정보를 몰래 메모한 뒤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중개상들이 팔아넘긴 정보를 이용해 만든 위조카드에서 12억원 정도가 빠져나가고 경마ㆍ경륜 사이트를 통해 5,000여만원이 결제된 사실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신용정보 중개상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 집중 단속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구속된 이씨가 지난 1월 개설했던 회원수 240여명의 `쩐주와 쌍둥이 카드`를 포함, D사이트에만 6개 정도의 정보거래 커뮤니티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