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성업공사] 부실채권 독점 끝났다

국내 부실채권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성업공사의 독점시대가 막을 내릴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기업부도 등으로 부실화된 채권을 국내 유일의 전담기관인 성업공사에 매각해 왔으나 앞으로는 부실채권 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전망이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여온 성업공사에 대한 일선 금융기관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일부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하지 않고 자체 정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유수의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어 성업공사의 독무대가 급속히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 성업공사에 안판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중 약 1조5,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방향을 선회, 자산유동화채권(ABS) 발행을 통해 자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헐값으로 성업공사에 넘겨 매각손실을 입는 것보다는 ABS 발행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나아지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성업공사의 매입가격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성업공사는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무실채권을 인수할 때 무담보채권은 장부가의 3%, 담보채권은 45%의 가격에 각각 사들이고 있다. 조흥은행도 오는 10월로 예정된 사업부제 도입을 계기로 부실채권 정리기구를 신설, 부실채권 시장에 직접 뛰어들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정이 급박해 값어치 있는 자산까지 성업공사에 헐값으로 넘겼다』며 『앞으로는 채무자(회사)가 원할 경우 회사 자체를 매각해서라도 대출을 갚을 수 있도록 은행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적 뒷받침이 계기= 은행들은 그동안 성업공사에 부실채권을 넘기면서 「약자」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기관인 성업공사가 온갖 제도적 특례를 등에 업고 부실채권 매입에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좌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시중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트이면서 은행권의 입장이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근저당권이 설정된 대출채권도 유동화할 수 있도록 자산유동화법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침이 확정되면 일선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을 담보로 ABS 발행에 대대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대출채권을 유동화할 수 있는 지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ABS 발행이 어려웠던 게 사실. 한빛은행은 최근 시티은행을 주간사로 3,500억원 규모의 ABS 발행을 검토했으나 근저당권 문제 때문에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기도 했다. ◇외국계 금융기관 참여= 일부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부실채권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외국사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이들 외국계 금융사는 지난 상반기부터 국내 은행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다며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저렴한 값에 부실채권을 인수했다가 이를 상품으로 구성,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직접 가지고 있다가 경기가 좋아진 뒤 채무자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받을 수 있는 투자전략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부실채권이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은 지 오래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국내 은행과 합작법인을 설립, 부실채권을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거나 부실자산을 담보로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실채권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고 은행들과 접촉 중이다. 한편 성업공사도 『매입가격이 너무 낮다』는 금융권의 불만이 이어지자 매입 기준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복 기자 SBHAN@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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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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