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합병과 제휴를 통한 구조개편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자국 철강업체간 합병은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선 합병과 통합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지난해 프랑스의 유지노(USINOR)와 벨기에의 코커릴(COCKERILL)이 합병, 조강생산 능력을 2,290만톤으로 늘리면서 세계 3위의 철강사로 떠올랐다. 유럽 최대 철강사가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유럽 최대 철강사는 1년도 안돼 다시 바뀌었다.
지난 6월 영국 최대의 철강업체인 브리티시스틸과 네덜란드 최대 철강사인 후고벤스가 합병에 합의하면서 유럽 철강사 순위가 새로 작성된 것.
이처럼 국경을 넘어선 수직·수평 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생존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중소 철강업체들의 군웅할거식 산업구조로는 급변하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국경을 넘어선 업체간 통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과 일본 등으로도 점차 확산돼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보산철강은 지난해 상해야금공사와 매산철강 등을 합병해 연산 1,800만톤 규모의 「상해보강집단(上海寶鋼集團)」으로 탄생했다.
일본도 고로 5사 체제에서 신일본제철(NSC)을 제외한 나머지 고로사들간의 합병을 통해 고로사 2~3사 체제로의 재편 가능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자국간 합병과 통합 움직임과 함께 국경을 넘어선 전략적 제휴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포항제철과 신일본제철은 지난해 상호주식 보유에 합의함으로써 세계 1, 2위 업체가 경쟁보다는 우호주주로서의 공동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유럽 업체들이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서 경쟁을 하기보다는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보조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철강사 통합에 따른 대형화로 인해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포철과 신일철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협조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분석이다.
동국제강과 가와사키의 포괄적 제휴도 21세기 철강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로 볼 수 있다.
전기로업체인 동국제강으로서는 일본의 선진 철강기술을 도입하고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와사키제철도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자사의 원료 판매처를 확보하고 기술 로열티를 얻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혼자만으로는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국경을 넘어선 철강업체간의 통합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훈기자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