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28일] 화성에서 온 정치인, 금성에서 온 국민?

“정치인들, 왜 그렇게 민심을 모릅니까. 당장 민생과 관련 없는 금산분리니 방송법 때문에 서민들이 죽든 말든 상관 없단 말인가요?” “용산 사태도 경찰이 잘못했으면 따지고 철거민 대책을 찾아야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질질 끌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정치인 입각이요? 경력 쌓을 생각으로 왔다 가는 정치인보다 영혼은 없어도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낫죠.” 이번 설에 기자가 들은 민심이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사가 전혀 다르다는 불만이 주류다. 설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정치인 입각, 오는 2월 임시국회 쟁점법안처리, 용산 사태와 관련한 경찰총수 문책 여부 등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에게 관심 밖의 일이다. 국민들은 설 대목에도 장사가 안 되는데 대책은 무엇인지, 2월에 쏟아질 무수한 청년 실직자들의 해답은 없는지, 중소기업의 돈 가뭄을 해소할 묘안은 있는지가 궁금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뾰족한 묘안을 내놓지 못했다. 각 당 지도부는 이보다도 용산 사태를 2월 임시국회에 어떻게 활용하고 방어할지에 고심하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중진 이상 의원들은 개각에 대한 정보 수집과 자가 발전식 하마평을 내놓는 데만 분주하다. 또 여야의 초선 의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어떤 계파에 줄을 댈지 고민하느라 바쁘다. 건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정치권이 ‘권력게임’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발등에 떨어진 현안인 경제 살리기 대책에는 의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중소기업 살리기, 녹색뉴딜 사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될 때마다 ‘논의하고 있다’라고 되풀이할 뿐 완성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적이 드물다. 야당인 민주당도 아예 ‘야당의 임무는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정부ㆍ여당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회피해나가고 있다. 흔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로 남녀의 차이를 일컫고는 한다. 우리의 정치인과 국민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국민과 정치인의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정당이 가진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을 정치권은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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