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차 등 대일경쟁력 높아져/무역외수지 개선도 무시못해/수입의존도 높은 기계 등 일부업종은 타격엔화강세는 우리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날 힘을 되찾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2일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1백엔당 7백99원10전. 1백엔당 8백원돌파를 불과 90전 앞둔 상황이다. 원화가치는 엔화에 대해 전년말대비 9.1%나 떨어졌고 그만큼 수출시장에서 일본제품과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셈이다.
12일 일본의 적극적인 방어로 달러당 1백15엔대가 됐으나 엔고추세를 거스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같은 환율변화는 지금 주가급등, 실세금리 하락, 수출증대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 등 반가운 연쇄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엔화강세는 당장 조선,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줄 게 분명하다. 특히 한해 수출액이 1백20억달러에 이르는 자동차업계는 1백엔당 8백원수준의 환율이라면 대일경쟁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이다. 물론 수출업계는 가격경쟁력의 본격적인 회복은 현재의 환율수준이 6개월이상 지속된 후에야 나타난다며 신중한 태도지만 기대를 감추지는 않고있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계류나 소재부품은 수입가격상승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수출입 전체의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부작용은 많지않은 대신 수출쪽의 이득은 더 크다는게 중론.
상품을 사고파는 무역부문 못지않게 운수, 여행 등 무역외수지의 개선가능성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엔화강세로 가격경쟁력이 제고됨에 따라 제3국간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운수수입이 증가할 전망이다. 또 엔화강세로 일본인의 국내여행이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여행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여행수지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개선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는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물론 무역외수지면에서도 피해를 입는 측은 있다. 엔화표시로 기술용역의 대가를 지불하거나 특허료를 지급하는 업체가 바로 그들. 또 엔화표시 부채를 가진 업체들은 환위험 회피를 위해 다른 수단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환차손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실제 피해를 입을 엔화표시 부채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중 무역외수지 적자가 사상최대인 8억8천만달러에 달해 무역수지적자(8억달러)를 웃돌자 『문제는 무역수지가 아니라 무역외수지』라고 우려했던 한은은 엔화강세의 효과가 무역외수지부문에서 하루빨리 나타나길 기대하는 눈치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운수부문에서 22억3천만달러, 여행부문에서 10억3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
이처럼 엔화강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외환당국의 환율정책이 안정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그에 대한 외환시장참여자들의 믿음은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 외환당국은 달러당 1백10엔수준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아래 우리 상품의 경쟁력강화로 경상수지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 달러당 8백90원선을 유지, 1백엔당 8백원의 환율을 정착시킬 움직임이다. 그만큼 수출업체들이 중장기정책을 수립하기가 쉬워진다는 의미도 된다.
마침 국제외환시장의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일본 엔화는 경상수지 흑자확대측면만 보면 강세를, 일본의 경기회복부진에 따른 저금리정책을 보면 약세를 나타내야 하는 양면성이 있다. 최근엔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문제가 미일간 경제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어 전문기관들의 전망이 강세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손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