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준대형 세단 '아슬란'은 현대자동차 내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모델이다. '내수 전략 차종'이라는 표현은 아슬란 앞에 따라 붙는 핵심 수식어 중 하나다. 'ix25'와 'K4', 'i20' 등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해외 전략 모델은 현대·기아차에 여럿 있지만 처음부터 '내수 전용'을 표방하며 공개한 차는 아슬란이 사실상 처음이다.
현대차는 출시 행사에서 "북미와 중국 등 해외 진출도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당분간은 안방 사수를 위한 '내수 병기' 역할에 방점을 찍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수입차를 잡아야 할 임무를 안은 아슬란을 지난 4일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몰아 봤다.
주행 코스는 경기도 파주의 아트뮤지엄인 미메시스에서 출발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90㎞ 구간. 시승 모델은 3.3ℓ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최고급 트림(세부 모델)이었다.
우선 디자인 측면에서 특별한 개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랜저'를 멋스럽게 다듬은 차라는 인상이 컸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등 내부 인테리어는 어지럽지 않게 잘 정돈돼 있으며 모던하면서도 깔끔하다.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축간 거리) 역시 2,845㎜로 넉넉한 거주 공간을 확보했다. 반환점을 돌기 전까지 동승자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뒷좌석에 앉자 조용한 안락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트렁크 용량이 446ℓ로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각각 4개까지 넣을 수 있다는 점도 운동을 즐기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특히 반길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슬란의 진면목은 본격적인 시승에 돌입하면서 드러났다. 가벼운 엔진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데 전력을 기울인 이른바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대책 설계의 효과라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또 전륜구동 세단답게 초반 가속이 금방 붙었고 좁은 길에서의 제동력도 상당히 우수했다. 핸들링 역시 너무 묵직하지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아 주행이 더 없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가격(자동변속기 기준)은 3.0 모델은 3,990만원, 3.3 모델은 'G330 프리미엄'이 4,190만원 'G330 익스클루시브'가 4,590만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3.0과 3.3 모델 모두 9.5㎞/ℓ로 다소 낮은 연비는 소비자들로부터 단점으로 지적 받을 만한 부분이다. 이는 '제네시스'의 3.3 모델(9.4km/ℓ)과 비슷하며 '그랜저HG 3.0'(10.4km/ℓ)보다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