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28일 출범] 과학기술계 반응<br>민간 주도 조직 돼야 현장 목소리 반영 할수있어<br>"정책 조정등 통해 투자 효율성 높아질것" 기대속<br>"부처 이기주의 극복 못하면 옥상옥 된다" 우려도
|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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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찬 과실련 상임대표 (연세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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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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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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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식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상설 행정위원회로 위상이 강화된 국과위가 국가 과학기술 정책 조정과 연구개발(R&D) 기획ㆍ예산ㆍ평가의 전주기적 관리를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R&D 예산을 배분, 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부처 간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자칫 '옥상옥(屋上屋)'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국과위가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힘을 실어주고 국과위의 R&D 예산 배분ㆍ조정 권한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복원됐다=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과 동시에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두 부처에 속해 있던 출연연구기관을 여러 부처로 분산 배치하면서 중복 투자가 많고 '칸막이식 연구'로 R&D 투자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국가 R&D 업무에 대해 종합조정기능을 담당할 컨트롤타워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기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됐고 이에 정부는 국과위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격상시켜 그 역할을 맡도록 했다.
과기계에서는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며 국과위 출범을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국과위 출범에 일익을 담당한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오랜 산고(産苦) 끝에 출범하는 국과위가 국가 미래를 위한 선진 과학기술, R&D 정책을 종합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과 기초과학연구원 조성 등 중요한 이슈가 많은데 국과위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찬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연세대 교수)는 "국가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이 효율적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컨트롤타워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국과위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또 성공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과학기술계가 한 마음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R&D 예산 배분 조정권 없어 한계 지적도=국과위가 실질적인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R&D사업 예산의 배분ㆍ조정 권한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을 보면 국과위는 국가R&D사업의 ▦목표 설정과 이를 위한 중점 투자분야 조정 내용 ▦기술 분야별 투자규모와 사업별 투자규모를 조정한 내용 ▦기관 간 중복사업의 역할분담 등 조정 내용을 검토, 심의한 후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역할을 맡도록 돼 있다.
재정부는 국가R&D사업 관련 예산편성 결과를 국과위에 제출하며 국과위는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예산의 배분ㆍ조정에서 국과위 역할은 검토ㆍ심의 차원에 그치고 편성권한은 여전히 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부처 간 이기주의를 넘지 못한 것이다.
박 의원은 "법안에 국과위의 R&D 예산 배분 조정권을 담았어야 하는데 법안 조정 과정에서 못 담고 시행령조차 충분히 담겨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앞으로 개정안을 내려고 노력하겠지만 국회의 법안 발의나 심의도 부처 입장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도 "국과위가 좀 더 명확하게 R&D 예산 배분권을 가져야 하는데 재정부와 협의한다고만 돼 있어 문제"라면서 "국과위가 예산 배분권을 가지게 돼 연구자들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부 복도를 뛰어다니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잘못하면 교과부ㆍ지식경제부ㆍ재정부에 국과위까지 뛰어다녀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장은 "국과위는 어디까지나 과학계의 목소리를 모아 출범한 조직인데 실질적인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자칫하면 부처 간 나눠먹기식이나 옥상옥 조직이 되기 쉽다"는 의견을 보였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1년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라 5~10년짜리 중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하면 국과위 혼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재정부와 협의하는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과기계 현장 목소리 들어라=전문가들은 국과위가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당초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비율을 50대50으로 하려다 협의 과정에서 공무원 비율이 75%까지 늘어나고 민간 몫이 크게 줄어들자 '공무원끼리 자리 나눠먹는 데 급급해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국과위는 5개 국장 자리 중 3개를 민간 몫으로 배정하고 국과위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부서 인력의 45% 이상을 민간 전문가로 충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조직법상 개방형 공모로 외부 전문가를 국장직에 보임하는 비율은 20%이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에게 국장 세 자리를 주는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다.
과기계에서는 국과위가 명실상부한 민간 전문가 위주의 조직이 돼야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국과위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되 민간ㆍ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해야 한다"면서 "행정부처가 우선돼서는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과위에 민간 전문가가 많이 가서 민간과 공공 부문이 융합돼 전문가적 식견이 있어야 하는데 (관료 중심으로 조직돼) 아쉽다"면서 "앞으로 민간 전문가가 비상임 위원으로 가서 서로 협력해 좋은 결과를 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