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램시마의 유럽 승인으로) 기존 방침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30일 서울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한 서정진(56ㆍ사진) 셀트리온 회장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유럽의약품청(EMA) 발표가 난 지난 28일 저녁에도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업무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당시 "앞으로 전세계 환자들이 저렴하게 항체의약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다소 상기됐던 음성과는 사뭇 달랐다. 공언대로 EMA 판매승인을 받았지만 앞으로 있을 지분매각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저며왔을까.
서 회장은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전세계적으로 TNF-알파 억제 항체치료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을 마친 기업이 없기 때문에 최소 4~5년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램시마는 효능은 동등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막대한 의료재정 부담에 빠져 있는 국가들의 수요가 높고 지금까지 항체의약품의 혜택을 받지 못한 개발도상국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스탠더드로 불리는 유럽 판매승인으로 서 회장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 제약산업을 글로벌플레이어로 도약시키는 전기를 마련한 인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자동차ㆍ반도체ㆍ휴대폰에 이어 바이오산업을 향후 주력 수출산업으로 키울 발판을 마련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산업사적 평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는 2002년 램시마 개발에 착수한 뒤 지금까지 수없이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개발 중에는 임상실패 루머가, 임상성공 뒤에는 허가가 어렵다는 소문이, 허가를 받으면 판매가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최초'이기 때문에 드는 의구심이었다. 지난 11년간 수백명의 바이오 전문가를 직접 만나고 램시마 개발에 2,000억원을 투입한 서 회장의 뚝심은 결국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
그런 그이지만 2011년 이후 공매도 세력으로 인한 피로도는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4월16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며 지분매각 발표를 했다. 셀트리온은 축제 분위기지만 정작 서 회장은 "매각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시너지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적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말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