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에 큰 호재다.’ 퇴직연금시장을 바라보는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증권 전문가들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상품의 위험자산 총투자한도가 당초 40%에서 70%로 완화됐지만 당장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 이미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도 DB형 상품에서의 주식투자 비중은 미미했다. 이는 퇴직연금 운용의 주체가 사업주냐 노동조합이냐에 따라 ‘자금난’에 따른 책임문제가 부각될 수 있어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시장이 활황기를 이어갈 경우 DB형 상품에서도 일부나마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DB형이 확정기여형(DC)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주는 상품은 DC형”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DB형 상품의 DC형 전환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수급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DC형도 자산운용에 제약이 많은 만큼 퇴직연금제 도입이 주식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직접투자 금지 및 간접투자시 주식비중 40% 미만 제한 등의 요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DB형 퇴직연금제, 당장 증시 영향 미미=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지 않는 한 DB형 퇴직연금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퇴직연금 운용에 따른 책임이 사업주에 있는 만큼 사업주가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퇴직연금을 공격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범석 한국운용 사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에서도 DB형 퇴직연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은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이 DB형의 위험자산 총투자한도를 기존 40%에서 70%로 확대하고 그 위험자산에는 주식과 주식형 펀드(주식편입비 70% 이상) 등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채권형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위원은 다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갈 경우 근로자들이 DC형 전환을 요구하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늘어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78년 401(k) 등의 연금상품을 만들면서 퇴직연금시장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됐고 97년에는 전체 자산규모가 DC형이 DB형을 추월한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수급에 큰 호재 될 듯=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시장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증권은 내년에 퇴직연금으로부터 유입될 자금이 최대 8,0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DC형 상품 중 주식편입비를 최대 40%까지 늘릴 경우 2010년에는 3조9,000억원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증시유입 자금을 낮게 본 것은 퇴직연금의 상품 상당수가 DB형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DB형의 DC형 전환규모는 2조~5조원, 2010년에는 5조3,000억~9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중 상당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DB형의 경우 기업의 연금적립금 부족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국내는 DC형 전환이 더 빠를 수도 있다”며 “여기에 주식시장 상승세마저 이어지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