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의원이 의원직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고, ‘수도이전반대 투쟁위원회’ 소속의원들이 거리로 나서는 등 한나라당 내분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재섭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고 주요 당직자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봉합되는 듯 했던 한나라당 내분은 행정수도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기세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행정수도법 통과 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직을 내놓은 데 이어 의원직 사퇴서까지 던졌던 박세일 의원은 15일 “수도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국회 의원직을 그만 두고자 한다”며 의원직 사퇴의사를 재천명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사퇴의사를 밝힌 뒤 기자회견을 갖고 “수도분할법은 여야간 당리당략을 내세운 정략적 타협의 산물”이라면서 “더 답답한 것은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잘못을 견제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들러리 정당이 되었다는 사실”이라며 당 지도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으나 박 의원의 결심이 확고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여서 사퇴서 수리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이전 반대 목소리는 거리에서도 울려 퍼졌다. 수투위는 이날 오후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수도분할반대 범시민궐기대회’에 참가해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13일째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전재희 의원도 이날 단식을 중단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수투위는 회의를 갖고 장외투쟁 외에도 수도이전 폐지법안을 마련하는 등 법안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수투위 대변인 심재철 의원은 또 “수도이전반대 서명운동을 계속 전개하는 한편 부천ㆍ안양 등에서 지역집회도 벌여 나가기로 했다”며 다각적인 반대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정면대응하기 보다 적극적인 포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당직자회의에서 “일각에서 수투위 활동이 당론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비난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활동은 당의 외연을 넓히고 당론의 결함을 메워주는 고마운 일”이라며 포용에 나섰다.
그러나 수투위 소속 의원들은 한나라당 내의 수도권 대책특위 신설에 반대하는 등 ‘행정수도이전’에 관한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태세다.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