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범여권 정계개편 선점 포석

김근태·정동영 신당추진 합의<br>"자율·독립" 강조…盧대통령 개입 막아<br>민주당·고건등과 주도권 경쟁 격화될듯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의 28일 신당 추진 합의는 양대 진영이 당 안팎의 여러 정계개편 세력들을 제치고 통합신당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전당대회 이전에 ‘통합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해 친노진영을 압박하고 당 밖에선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 진영, 제3의 원외 유망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도다. ◇청와대ㆍ친노파 압박 포석=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합의한 내용을 뜯어보면 특히 청와대와 친노진영을 정계개편의 논의과정에서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확연하다. 합의 내용에는 ‘국민신당’이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ㆍ독립적으로 국민의 품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라는 창당원칙이 담겨져 있는데 여기서의 ‘어느 누구’란 노무현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는 결국 당 사수를 외치며 ‘리모델링식 재창당’을 주장하는 친노파도 함께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합의를 통해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을 결의한 것임을 분명히 한 점도 친노파 압박카드로 해석된다. 원내 100여석의 세력을 이끌고 있는 두 전ㆍ현직 의장들이 전당대회를 지렛대로 삼아 통합신당 추진을 기정사실화 시킴으로써 ‘통합신당이 싫으면 당을 떠나라’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는 ‘당 사수가 싫으면 당을 떠나라’라는 뉘앙스로 통합신당파를 압박해온 친노파에게 역습을 가한 셈이다. ◇대통령 퇴진 우려에 쐐기=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하야 등을 통해 퇴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우회적인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우리는 남아 있는 참여정부 1년 2개월 임기를 소중히 생각하며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정운영을 성실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노 대통령이 1년 2개월 가량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워야 함을 암시했다. 대통령이 갑자기 조기퇴진 카드를 꺼낼 경우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청와대를 제대로 보좌해주지 못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져 대통령이 물러났다는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 계열의 한 의원은 “국민신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최악의 국민지지도를 얻고 있는 참여정부의 짐을 벗고 새 출발하자는 뜻인데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하면서 그 책임을 여당 지도부에 씌우면 통합신당 추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설명했다. ◇민주당ㆍ고건 진영과 정계개편 주도권 경쟁 격화될 듯=한편 김 의장 등의 신당 창당 합의로 인해 정치권의 정계개편 주도권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한화갑 전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구심점이 흔들리게 되자 자칫 열린우리당에 흡수 통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국회 브리핑에서“민주평화개혁세력의 종가는 민주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정통성이 빠진 어떠한 통합도 장마철을 앞둔 모래성처럼 생명력이 없게 된다”며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통합은 말이 좋아 통합이고, 민주당 소멸공작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장상 민주당 대표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국민은 5ㆍ31 지방선거, 7ㆍ26 재ㆍ보궐선거 등 수 차례에 걸쳐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명령했다”며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당의 해체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박용진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선을 앞둔 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는 정치를 한탕주의로 몰고 가려는 도박에 불과하다”며 “우리당의 신당논의는 한나라당이라는 적과 싸우기 위해 지역주의와 기회주의로 범벅된 제2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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