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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수에만 주력말고 강원, 대구, 부산, 경남, 경북 동부벨트 후보 대통령으로 키워야”
“안철수 신당 야권 텃밭인 호남 공략에 치중하기보다 여권 강세 동부벨트에서 승부봐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동부벨트 대통령론’을 제기해 주목된다.
최 지사는 24일 저녁 춘천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민주당은 호남 사수에만 주력말고 강원, 대구, 부산, 경남 등 동부벨트 후보를 대통령으로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안철수 신당 역시 호남 공략에만 치중하기보다 야권의 세가 약한 동부벨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동부벨트 대통령론은 동부벨트에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이 대거 출마해 새누리당과 정면승부를 벌일 수 있게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으로풀이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 김영춘 의원이 부산,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등이 경남, 송철호 변호사 등이 울산에 각각 출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선거구도가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신당 3자구도로 흐르면서 야권의 취약지인 동부벨트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지사는 “당에서 적극적으로 동부벨트 후보들을 밀어줘야 한다”며 “이들이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외연을 넓히며 좋은 대선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과도 오늘 통화했는데 당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줘야 한다”며 “동부벨트 대통령이란 큰 그림 속에서 부산의 야권 거물인 김정길 전 의원이 나서서 당과 후보들을 조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동부벨트 대통령론을 들고 나올 경우 나름대로 파괴력있는 선거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강원도를 위해 땀으로 적시겠습니다. 강원도의 운명을 바꾸겠습니다“라며 ’강원도 대통령’을 표방해 이계진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누루고 민주당 후보로는 사상 처음으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었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2011년 초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지사직을 상실했고, 그해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최 지사는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뒤 같은 MBC 사장 출신인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했다.
당시는 ‘이광재 동정론’의 덕을 많이 봤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나름대로 기반을 구축하며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최흥집 강원랜드 대표를 모두 앞서고 있다고 최 지사 측은 보고 있다. 최 지사는 최근 “ 거물급이 출마해야 강원도가 주목받는다”며 새누리당에서 강원도 묵호 출신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나 한기호, 권성동 의원 등 9명의 도내 국회의원 중에서 인지도가 높은 거물급이 출마하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절대 제가 선거를 낙관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제가 혹시 지더라도 강원도를 믿고 맡길만한 거물이 나오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속마음 같아서는 경남도정을 엉망으로 만든 홍준표 지사를 떨어뜨리기 위해 경남지사에 출마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강원도를 책임진 이상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최 지사는 “강원도는 휴전선을 안고 있어 정말로 보수의 본산”이라며 “하지만 보수적인 분들 중에서도 저한테 탈당하고 나오면 무조건 찍어주겠다는 분들이 많은데 정치도의와 제 신념에 비춰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강원도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자신의 지지율보다 한참 낮지만 당당하게 민주당 깃발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1년 지사 보궐선거에 차출되지 않았다면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대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주호영 의원과 맞붙으려고 사전 답사를 하기도 했었다”고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 지사는 “강원도는 130만 여명의 유권자 중 투표율이 60%라고 가정할 경우 최소 40만표는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를 내 야권이 분열될 경우 승리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안 의원 측에 동부벨트에서 승부를 보라고 권유했지만 실상 이들이 야권 표를 가를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동부벨트에서의 승부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다. 앞서 안 의원 측은 지난 21일 신당 창당 일정을 발표하며 6월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 지사는 강원도정과 관련, “해외 언론에서 양양공항을 ’유령공항‘이라 보도했었다”며 ”1년 내내 승객이 하나도 없던 양양공항이 올해 45만명의 승객을 유치했다”며 성과로 꼽았다. 그는 다만 “일자리의 경우 공약대로 매해 5만개를 창출하고 있는데 다수는 복지성 일자리, 한시적 일자리”라며 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강산관광이 끊기며 강원도 지역경제에도 많은 타격이 가해진 것과 관련해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이 하루 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지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적자우려에 대해서는 “13개를 지어야 하는데 7개는 기존 것을 리모델링해서 쓰고 6개는 새로 짓는다”며 “기업이 맡아서 운영하거나 대학이 연습시설로 쓰겠다고 하면 돈을 받고 운영을 맡길 있도록 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지었다가 상당 부분을 헐어버리는 쪽으로 설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원도 부채의 90%를 차지하는 알펜시아 부채(1조원)와 관련, “경제성을 생각하지 않고 지어서 지금까지 계속 적자가 나니까 살 곳이 없었다”며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이자를 빼고 영업흑자를 내서 이제 좀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며 조기매각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