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또다른 볼거리 합천, 가야산 품에 안긴 해인사·합천호… 영상테마파크선 내가 영화 속 주인공

●합천박물관

한반도 남부 수수께끼 왕국 '다라국' 유물·고분 등 눈길

●성조각예술원

성행위 형상화한 나무조각 500점 전시 '독특한 볼거리'

아침에 동이 트는 합천호의 전경. 아침햇살이 호수의 물 위에 내려앉아 눈이 부셨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해인사에는 눈이 오락가락했고 날씨는 바람이 불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처럼 추웠다.

합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다. 합천이라는 관광 브랜드는 그동안 이 두 가지 아이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두 가지에 더해 다양한 볼거리들이 합천관광을 풍요롭게 하는 콘텐츠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합천댐과 박물관·영상테마파크를 비롯해 곳곳에 산재한 암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주 나들이는 해인사에 더해 합천의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명소들을 둘러보는 여행이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해인사를 찾은 날, 오전까지 청명하던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끼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남쪽으로 가는 여행이라 옷차림을 가볍게 했는데 날씨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날리는 눈발은 해인사의 운치를 더했지만 칼날처럼 피부를 스쳐가는 겨울바람에 저절로 목이 움츠러들었다. 날씨야 어찌 됐건 가야산의 품에 안겨 있는 해인사는 전국에 167개의 말사와 사찰 내에 16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는 큰 절이다. 가야산 산세가 소뿔 모양처럼 생겼는데 불교에서는 소를 가야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근처에 가야국이 있었기 때문에 가야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해인사(海印寺)라는 이름은 불가에서는 거친 바다에 도장을 찍어 잠잠해지는 경지를 '해인'이라고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번뇌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는 경지를 의미한다.

해인사는 건립 이후 8차례나 큰불이 났다. 따라서 지금의 해인사는 대부분 화재 이후 중건된 것으로 보면 된다. 해인사의 잦은 화재는 가야산의 기운과 마주 보고 있는 매화산의 기운이 부딪혀 불이 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해인사에서는 음력 5월 단오 때마다 스님들이 소금을 뿌리면서 화기를 누르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해인사는 송광사·수덕사·백양사·통도사와 함께 국내 5대 총림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총림은 속세로 치면 대학에 해당하는 절이다.

해인사를 방문해서 꼭 봐야 할 곳은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법보전이다. 매년 춘분과 추분 오후, 법보전 출입문인 수다라장 앞에 서면 둥근 문과 지붕의 기와 그림자가 중첩되면서 연꽃 모양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 신비로운 것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전 위로는 지금까지도 새가 날지 않고 안마당으로는 나뭇잎도 떨어져 뒹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와 나뭇잎도 피해 가는 팔만대장경이지만 최근 들어 관리 소홀로 일부가 훼손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얼마 전부터 일반 관광객들의 법보전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동행한 이동실 문화관광해설사는 "대장경에 새겨진 글자는 5,200만자, 대장경 제작에 동원된 인원은 130만명에 달한다"며 "대장경을 바닥에 깔면 그 면적은 서울 면적의 두 배에 달하고 무게만 해도 28톤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팔만대장경이 규모만 장대한 문화재는 아니다. 구양순체로 새겨진 대장경을 보고 추사 김정희도 눈물을 흘리며 "마치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새긴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사람들은 대부분 대장경의 내용이 불법에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솝우화부터 지리·천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포함돼있다. 어린이 동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 토끼전도 알고 보면 대장경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합천 영상테마파크=합천 영상테마파크는 전국 최대의 시대물 제작 세트장으로 연면적 8만8,000㎡에 이르며 주말이면 평균 3,500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국 각지의 세트장들이 한 번 지어놓은 후 유휴시설로 전락해 빚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합천 영상테마파크는 3~4년 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4년에 개장한 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빛과 그림자' '경성스캔들' '서울1945' '에덴의 동쪽' '제중원' '자이언트' '써니' '전우치' '포화속으로' 등 총 67편의 영화·드라마 외에 각종 뮤직비디오와 예능프로가 촬영됐다.

◇합천박물관=합천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다면 합천박물관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2004년 개관한 합천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다라국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다라국은 정사에는 빠져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실재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한반도 남부의 또 다른 왕국이다.

쌍책면 황강옥천전로에 위치한 합천박물관 뒤편으로 다라국의 고분군 1,000여기가 늘어서 과거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적지 않은 고분들이 도굴됐지만 이곳에서는 후기 가야시대의 유물들이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송학동 고분에서는 4세기 말에서 6세기 말 것으로 추정되는 말 갑옷과 투구가 출토됐는데 이는 동아시아에서 발굴된 말투구·갑옷 14점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한다.


◇성조각예술원=합천에는 독특한 볼거리가 있다. 남녀의 성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을 하는 예술가 홍석정씨가 운영하는 성조각예술원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는 남녀의 성행위 및 성을 형상화한 나무조각 500점이 전시돼 있다. 한때 모 방송사의 카메라기자였다는 홍씨는 오래전부터 산에서 벌채된 나무를 골라 그 원형을 살리는 방식으로 이 같은 조각을 해왔다. 홍씨가 이 같은 작업을 하는 이유는 홍씨 집안이 12대 400년에 걸친 독자집안이었기 때문. 홍씨는 이 같은 집안에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홍씨 대에는 아들을 여럿 낳아 간신히 이어오던 가문을 번성하는 데 성공했다. 전시시설은 빈약하지만 전시물 만큼은 일개인이 이룬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입장료 3,000원. 합천군 봉산면 계산리 1034,(055)933-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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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당일코스

88고속도로(해인사IC)-해인사 소리길-정양늪 생태공원-합천영상테마파크

■1박2일 코스

첫째날:해인사IC-해인사소리길-정양늪 생태공원-영상테마파크-합천호

둘째날:합천박물관 -황매산

■주변맛집

-황태촌 (055)931-0676

-합천호 한우숯불구이 (055)931-2995

■숙박

-해인사관광호텔 (055)933-2000

-오도산자연휴양림 (055)930-3733

■주변 볼거리

합천박물관

영상테마파크

대장경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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