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정부가 경제발전과 점진적 개혁을 이끈다는 이론의'중국식 모델'은 중국이'비민주적 정치'와 '불완전한 시장경제'에도 불구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런 논리로 중국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룰'을 부정하고 서양 경제학으로는 중국의 경제발전을 설명할 수 없다는 자랑도 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왔던 중국경제도 갈림길에 서있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외자를 끌어들여 성장하던 방식이 점점 경쟁우위를 잃고 인건비 상승과 외자기업 혜택 감소, 인프라와 제도 미비 등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중동발 민주화 바람까지 불어와 중국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여전히 10%선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중국 당국의 통제력을 감안할 때 중국은 중동과 다르다는 진단이 있다. 반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불만을 방치할 경우 자칫 불만이 민주화 시위로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와이어'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중국 경제학자'로 꼽히는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저자는 그간 중국이 걸어온 경제발전과정을 되짚으며 '중국식 모델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중국에서 지난 30년간 이뤄진 경제성장은 기적이 아니고 중국이 글로벌화에 동참한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개인에게 경제적 자유를 주고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에 전세계가 200여년간 일궈낸 경제발전의 과실을 중국이 따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예전처럼 고립되거나 따로 떨어진 곳이 아니며 중국 특유의 개혁개방과 발전과정도 결국 자유ㆍ민주ㆍ법치ㆍ글로벌화를 향한 인류 진보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시각이 관통한다. "내가 중국식 모델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성장도 '자유와 법치에 기초한 시장경제가 국가발전을 이끈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발전만이 불변의 진리'라는 말을 즐겨 하지만 '자유가 발전을 부른다'는 말이 진리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중국식 모델'의 대안은 뭘까. 저자는 자유ㆍ민주ㆍ법치를 기반으로 한'서양식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금융을 근간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낸 미국의 경제 시스템이 중국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적 가치와 이념을 받아들여 기존에 중국 경제발전을 주도한 2차 산업대신해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금융위기로 미국식 경제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이는 운영상의 문제일뿐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고 저자는 본다.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 경제 방향을 전환하라고도 권한다. 저자는 서구의 역사를 통해 미국과 서유럽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금융제도와 법치제도를 운영하면서 강국으로 성장해온 과정을 짚어본다. 서구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중국에서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중국경제가 서양보다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중국 금융시스템이 그만큼 낙후돼 있어 위기가 발생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1만8,000원.